[봉기자의 호시탐탐] ‘허니버터칩’ 광풍으로 표정관리 안 되는 제과업체들, 웃어 말어?

[봉기자의 호시탐탐] ‘허니버터칩’ 광풍으로 표정관리 안 되는 제과업체들, 웃어 말어?

기사승인 2015-03-25 18:05:56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이례적으로 제과업체들이 단일품목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은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뜨린 제품입니다. 그래서 출시 6개월 만에 이를 본 딴 ‘미투 상품’들이 쏟아지는 현상을 낳기도 했는데요. 제과업이나 소비재의 경우 잘 팔리는 아이템을 따라하면 매출 상승효과를 볼 수 있어 꼼수 논란에도 비슷한 제품을 마구 쏟아내는 겁니다. 다른 산업군에서는 기현상처럼 보일 수 있을 텐데요, 식품업계에선 당연시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화장품업계 등에서도 ‘허니’를 본 딴 제품들이 나오겠어요? 시쳇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 붐을 일으킬 때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허니버터칩과 관련된 논란도 많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드디어 허니버터칩을 맛봤다”라는 후기가 올라오는가 하면, ‘가진 자의 여유’라는 주제로 허니버터칩 인증 샷을 찍어서 SNS 친구들에게 자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허니버터칩 열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심지어 부동산 분양에도 허니버터칩을 따라한 광고가 나올 정도 입니다.



""부동산 분양에도 허니버터칩을 따라한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제과업체들은 이 허니버터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물론 해태제과는 말 할 것도 없고, 제과업체 1위인 오리온과 롯데제과도 단일 품목으로는 이례적인 매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허니버터칩과 같은 스낵군이 아닌 상품도 날개 돋치듯 팔리고 있으며, 심지어 제2의 허니버터칩을 발굴이라도 한 것처럼 제과업체들의 제품을 맛 본 후 후기를 인터넷상에 올리고 있습니다.

자칫 네티즌들의 제과에 대한 이 같은 관심은 대게 부정적인 면이 부각돼 업체 입장에서 곤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최근의 행태는 허니버터칩의 영향으로 과자부스러기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도 합니다. 가령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예전 같은 경우 과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평가가 몸에 안 좋고 사 먹어봐야 제과업체 배만 불려주는 격이며, 더 나아가서는 해당 업체의 오너 문제까지 들먹이며 그저 심심풀이 땅콩처럼 씹어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허니버터칩’의 영향 때문인 건지 뭔지 정확하게 파악은 안 되지만 어찌됐건 부정적인 면보다는 맛이나 포장 등에 품평정도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꼭 후미에 악의적인 말보다는 약간 익살스러움이 담긴 글로 마무리를 하지요.

과자 하나가 네티즌들의 성향까지도 바꿔놓았다고 하면 오버이겠지만, 확실히 변한 건 사실인 듯 합니다. 물론 허니버터칩의 음모론은 뭐냐고 이견을 보일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성향을 봤을 땐 긍정적인 측면으로 네티즌들이 돌아섰다는 것입니다.



오리온 ‘오!감자 허니밀크’, 포장에 꿀벌통을 들고 있는 아저씨를 네티즌들이 양봉업자로 희화해 눈길


이 같은 이유의 근거는 오리온 ‘오!감자’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오리온은 최근 ‘오!감자 허니밀크’라는 신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사실 맛은 잘 모르겠습니다. 혹자의 말마따나 과자부스러기가 별 맛이 있겠습니까? 과자부스러기에 지나지 않지요.

이 제품은 맛보다는 포장에 그려진 캐릭터가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제품포장 전면의 벌꿀통을 들고 있는 아저씨 캐릭터를 본 네티즌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입니다. 벌꿀통을 든 아저씨 캐릭터를 양봉업자로 익살스럽게 표현하는가 하면 ‘아저씨도 먹고 살아야지’라는 생계형 댓글도 많습니다.

이렇게 인기 아닌 인기를 끌다보니 출시된 지 불과 3주 만에 허니버터칩을 능가할지도 모른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또한 네티즌들의 평가입니다. 그래서 오리온 측에 취재를 해본 결과, 실제로 출시 20일 만에 매출 24억원, 낱개로 환산 시 총 250만개가 팔렸다고 합니다. 또 광고를 하지 않아도 온라인상에서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면서 ‘재미’와 ‘구매 확산’ 등 일석이조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합니다.



""소의 우스꽝스런 모습의 롯데제과 '말랑카우' 제품 포장 디자인


동종업체인 롯데제과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롯데제과는 캔디 매출의 효자 역할을 한 말랑카우에 신제품을 추가했습니다. 잘 팔리니, 더 다양하게 제품을 출시하는 거지요. 그러면서 연간 목표 매출액을 3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말랑카우는 특유의 폭신하면서 쫀득한 식감과 풍부한 우유 맛 때문에 허니버터칩이 나오기 전까지 상당한 입소문으로 매출고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일부 편의점에서는 품귀현상(실제 제품 구입을 하려다 품절돼서 구매 못한 소비자들의 증언이 많음)을 빚기도 했고요. 특히 말랑카우 TV광고가 네티즌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기도 했지요. 젖소가 말을 하며 말랑카우를 외치는 우스꽝스런 광고 내용 때문이었는데요. 젖소의 행동을 따라하는 소비자들도 있었지요.

일부업체를 제외하면 식품업체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013년 대비 2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그만큼 지난 한해 소비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인데요. 허니버터칩 광풍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였습니다.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열기가 다소 식은 감도 없잖아 있지만, 이미 탄력을 받기 시작한 식음료업체들에게 브레이크는 없어 보입니다. ckb@kmib.co.kr
조규봉 기자
c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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