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등수가 폐지, 셈법 다른 의약단체

차등수가 폐지, 셈법 다른 의약단체

기사승인 2015-04-12 11:24:55
"의사협회 ""14년 묵은 숙원사업 해소""…약사회 ""동네약국 직격탄""…병협 ""애꿎은 규제?""

[쿠키뉴스] 차등수가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일단 제도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는 모양새인데, 의약단체별로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일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 등 의약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차등수가제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복지부, 차등수가제 폐지 가닥…""진료시간 공개로 대체""

이날 복지부는 차등수가제 폐지에 무게를 두고 논의를 이끌었다. 각 의약단체에 차등수가제 폐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한편, 차등수가제 폐지에 따른 대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것.

복지부는 덧붙여 차등수가제 폐지에 따른 대안으로 '병원별 환자 수'와 '진료 시간'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로 국민에 제공하는 방안을 의약단체에 제시했다.

차등수가제를 폐지하되, '의료 질 향상'과 '환자집중 현상' 완화라는 당초 제도의 취지는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얘기다.

이는 가입자 설득을 염두에 둔 조치다. 차등수가제 폐지는 건강보험정책심위원회 결정 사항으로, 위원회에 참여하는 정부와 공급자·가입자 대표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처리될 수 있다. 차등수가제 폐지 반대를 외쳐 온 가입자측을 설득하는 일이 제도 폐지의 선결 과제라는 판단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 내부에서도 규제개혁에 대한 요구가 높은데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된 만큼 보건복지부가 제도 폐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건정심 논의를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는데 논의의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의협 ""차등수가제 조건없는 폐지가 해법""...숙원 해소 기대

다만 이에 대해서는 공급자단체 내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약사회는 반대쪽에 더 가깝게 서 있다.

일단 의료계는 차등수가제는 대표적 불합리 규제로, 이번 기회에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정부가 밝힌 정책목표와는 달리 차등수가제가 의료 질 제고와 환자 집중현상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근거는 전혀 없으며 오히려 동네의원들의 진료의욕만 저하시키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차등수가 폐지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차등수가제 폐지는 14년 묵은 의료계의 숙원사업. 달아오르는 분위기에 기대감이 높다.

단,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병원별 환자 수' '진료시간 공개'에 대해서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의협 관계자는 ''환자 많이 보는 병원=명의'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켜, 환자쏠림을 되레 가속화 시킬 수 있다""며 ""개악을 바꾸려다 또 다른 개악을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차등수가제는 조건없는 폐지만이 정답""이라고 강조했다.

이비인후과의사회 관계자 또한 ""비정상을 정상화하는데 조건이 있을 수는 없다""며 정부가 마련한 대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약사회 ""차등수가 유지""...문전-동네약국 양극화 심화 '우려'

약사회는 차등수가제 폐지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복약지도 등 의료서비스 질 저하가 우려된다는 이유를 댔지만, 그보다는 문전약국으로의 환자 쏠림 가속화, 고용약사 근무환경 악화 등 복잡한 내부사정이 직접적인 배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약계에서는 차등수가제 적용이, 문전약국과 동네약국의 격차를 줄여주는 일종의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상징적으로나마 '약사 1인당 75건'으로 정해진 차등 적용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어왔는데, 이마저 없어진다면 문전약국의 독주를 막을 도리가 없다는 우려다.

덧붙여 차등수가제 폐지시, 근무약사 고용 유인효과가 사리질 것이라는 걱정도 높다. 일부 대형약국에서 차등 적용을 피하기 근무약사를 추가 고용하는 사례들이 있어왔던 만큼, 차등폐지가 약사 고용시장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약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문전약국과 동네약국간의 부익부 빈익빈이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차등수가제 폐지는 이 같은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차등수가 사각지대' 병원, 진료시간 공개로 되레 규제

대한병원협회도 속사정이 복잡하다. 차등수가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보니, 제도의 존폐에는 그리 민감도가 높지 않은데 복지부가 차등수가제 폐지의 대안으로 '진료시간' 공개를 제안하고 나서면서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병원별로 환자 수나 진료시간을 공개할 경우 대형병원의 '3분 진료' 논란이 공론화, 사실상 차등수가 적용에 준하는 '낙인효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우려다. 실제 병원협회는 7일 회의에서 차등수가제 폐지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나, 병원별 진료시간 공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병원계 관계자는 ""진료시간 공개 카드는 다분히 병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병원까지 차등수가제를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러차례 있어왔으나 정부가 이를 실현하지 못해왔는데, 진료시간 공개가 사실상 그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진료시간=의료서비스 질'이라는 공식화로 이어져, 지나치게 진료시간이 짧을 경우 환자들에게 'A병원에 가면 진료도 제대로 못 받는다는 식'의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면서 ""사실상 병원계 입장에서는 기존에는 받지 않던 차등수가제의 규제를, 차등수가제 폐지 이후 새롭게 받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고신정 기자 ksj8855@monews.co.kr"
송병기 기자
ksj8855@monews.co.kr
송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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