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착하고 진실한’ 장동민의 함정… 그런 진실함은 필요 없습니다

[친절한 쿡기자] ‘착하고 진실한’ 장동민의 함정… 그런 진실함은 필요 없습니다

기사승인 2015-04-16 16:17:55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케이블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 김석현 CP가 16일 개그맨 장동민을 옹호하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했습니다. 개그맨 유세윤·장동민·유상무로 이뤄진 ‘옹달샘’은 자신들이 만드는 팟캐스트 라디오 ‘옹달샘의 꿈꾸는 라디오’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비롯해 패륜에 가까운 말들까지 쏟아낸 것이 알려져 최근 문제가 됐죠.

김 CP는 “녀석(장동민)은 착하고 진실하다” “그래서 주변에서 녀석을 챙기고 친구 선후배 피디들이 녀석을 좋아한다” “실수도 많고 가끔 남에게 폐를 끼치기도 한다. 그래도 녀석이 외면 받지 않는 것은 허언 속에 진실함이 있다” “겉으로는 온갖 멋있는 말은 다하지만 알고 보면 더러운 욕망과 가식으로 가득 차있는 이미지만 천사인 놈들이 많은데 적어도 그런 인간들보다는 동민이가 천배 낫다” 등으로 장동민을 비호했습니다. 글쎄요. 과연 장동민은 착하고 진실 됐을까요? 진실이라는 말에는 어떤 함정이 담겼을까요.

개인의 ‘선함’을 가르는 기준은 누구나 다를 겁니다. 주관적인 기준으로 장동민의 선함을 논할 수는 없겠죠. ‘착하다’라는 말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봤습니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고 기재돼 있습니다. 여자에게 ‘X보년’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하고, ‘다른 남자와 잤으면 창녀’라는 말이 과연 곱고 바른 언행인가요.

‘진실’이라는 항목은 어떨까요. 어떠한 맥락에서는 김 CP의 말은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장동민은 정말로 진실한 사람일 수 있죠. 여성비하가 장동민의 기본 가치관이고, 자신이 괴롭히던 군대 후임이 자해를 시도하거나 말거나 턱을 군홧발로 걷어차는 것이 장동민의 진실 된 성격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동민은 유명세를 가지고 있는 연예인입니다. 연예인은 보통 말하는 ‘공인’은 아니지만 자신의 유명세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맥락에서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책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적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말이죠.

카메라로 먹고 사는 건 스타만이 아닙니다. 연출자도 마찬가지죠. 카메라 앞에는 ‘겉으로 온갖 멋있는 말은 다 하는 사람’이 서야 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말이 어떤 무게감을 가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서야 하고, 전파를 타는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을 통감하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죠. 지나치게 진실 된 나머지 여성 비하를 서슴없이 내뱉고, 타인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것이 ‘코미디빅리그’의 진실된 ‘코미디’일까요. 그런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천 배 나은가요?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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