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에게 표 갖다 바치고 승진하는 광고, LG유플러스 부하 직원들은 어떻게 봤을까 [조현우의 PPL]

직장 상사에게 표 갖다 바치고 승진하는 광고, LG유플러스 부하 직원들은 어떻게 봤을까 [조현우의 PPL]

기사승인 2015-05-29 12:46: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갑자기 LG유플러스에 다니는 직장인들이 불쌍해졌다.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 본 페이나우(Paynow) 광고 때문이다. 페이나우는 LG유플러스가 만든 간편 결제 서비스다.

오달수가 연기한 부하 직원은 승강기 안에서 직장 상사 자녀가 K팝 콘서트 티켓 예매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동료가 복잡한 결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반면 오달수는 페이나우를 통해 순식간에 결제를 끝내고 티켓을 건넨다. 직장 상사가 미안함을 내비치자 어차피 야근이었다고 화답하는 장면과 “딸에게 점수 좀 땄다”며 넌지시 승진을 암시하자 밝게 웃는 오달수의 표정 연기가 압권이다.

이 광고에는 과장된 유머 코드가 전면에 흐르고 있다. 승강기라는 다소 답답한 공간, 부하 직원과 직장 상사 사이에 어색하게 흐르는 침묵을 깨는 벨소리, 마치 점프 컷 같은 표정 클로즈업 등 모두 페이나우의 빠르고 간편한 결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쓰였다. 무엇보다 숫자 ‘3’을 형상화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상품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전달시키는 것이 광고의 첫 번째 목표라는 점에서 페이나우 광고는 무척 인상적이다. 배우들 연기도 좋고 속도감 있는 편집도 훌륭하다.

하지만 광고가 그린 직장 내 풍경은 천박하기 짝이 없다. 직장 상사의 사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쓰려 전전긍긍하는 부하 직원들의 모습에선 고단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명백히 업무 외 영역인데 사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승진까지 언급하는 직장 상사의 모습은 충분히 비열하다. ‘운명은 3초 만에 바뀐다’는 문구나 “3초 순간결제 페이나우로 승진까지 하게 된다는 인생역전 스토리를 연출해 웃음을 자아냈다”는 LG유플러스 보도자료에 전혀 입꼬리가 올라가지 않는 이유다.

지난 3월 취업 전문포털 파인드잡이 남녀 직장인 15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피로감을 주는 업무요인 1위는 ‘상사나 거래처, 고객 비위 맞추기’(30.5%)가 선정됐다. 물론 LG유플러스 직장 상사들이 부하 직원들에게 이 같은 피로감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는 기업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일종의 전위대 역할을 한다. 미디어 최일선에서 기업 이미지가 단숨에 결정된다. 실제 TV나 극장에서 광고를 본 이들은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페이나우의 장점 보다는 광고 속 직장 모습에 허탈해하고 있다. 자신의 처지와 비교하는 게시물도 많다. LG유플러스에 재직 중인 대다수 부하 직원들의 광고 시청 소감은 어떨까.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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