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겸 기자] 최근 50대 남성이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잡아 도살한 혐의(동물보호법위반)로 불구속 입건됐다는 소식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경찰에 따르면 포획업자 A씨(54)는 지난해 2월부터 부산·경남 일대 주택가에서 닭고기 등 미끼를 넣은 포획 틀로 길고양이를 잡은 뒤 경남 김해에 있는 비밀 장소에서 도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살아있는’ 고양이를 끓는 물에 2분쯤 담가 죽인 뒤 털을 뽑고 내장을 손질해 냉동보관 해놨다가 건강원에 마리당 1만5000원을 받고 팔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완치가 어려운 관절염에 고양이탕이 좋다’는 속설 때문에 고양이탕을 찾는 사람이 많아 A씨가 1년 넘게 포획행위를 해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한한의사협회 김태호 기획이사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고양이가 관절염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근거도 없는 속설 때문에 고양이 600마리가 끔찍하게 도살당한 것이다.
A씨는 동물보호법 8조 ‘목을 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도살하는 행위나 동종동물이 보는 앞에서 도살하는 행위’에 의거해 처벌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케어(구.동물사랑실천협회) 박소연 공동대표는“동물보호법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보호법위반으로도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부산지역의 특성상 산이나 들에서 사는 야생 고양이들도 길고양이와 함께 도살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만 처벌하려는 것 같아 27일 수사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라고 밝혔다.
끔찍한 방법으로 동물을 학대·도살하는 사건은 잊혀 질만 하면 수면 위로 떠오른다. 하지만 혐의가 인정돼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대표는 “동물보호법 위반 처벌은 수십만 원에서 300만 원 정도의 벌금형이 대부분”이라며 “동물은 말을 할 수 없지 않나. 피의자 변명에 따라 처벌수위가 달라진다. 기소유예나 증거불충분 등을 근거로 징역을 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이웃사람이 옆집에서 키우는 진돗개를 몽둥이로 때려죽이는 사건이 있었다. 화장실이 급해 개집 옆에서 볼 일을 보고 있었는데 진돗개가 다리를 물었다고 진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동물보호법이 아닌 과실치사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이제까지 내가 본 동물학대 최고형은 징역 6개월이다. 술을 먹고 동네를 지나가던 스님이 이웃집 개가 짖었다는 이유로 도끼로 찍어 죽였다. 스님은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했고, 구속수사 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사건은 마리 수도 굉장히 많고 너무 잔인한 방법으로 고양이를 죽이지 않았나. 최고형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키우는 동물을 학대한 사람에게 해당 동물의 소유권이 그대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는 “동물학대의 격리조치 기간은 3일 이상이라고만 규정돼있다. 이 기간이 지나고 주인이 찾아와 보호나 치료에 대한 돈을 지불하면 학대당한 동물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야 한다. 주인이 보복성으로 또 다시 학대를 할 여지가 있다”며 “동물학대로 격리조치가 내려진 사람에게는 소유권을 박탈하는 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지속적으로 동물학대를 한 사람에게 동물을 영구적으로 기를 수 없게 하는 것도 검토해봤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 제8조(야생동물의 학대금지)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야생동물을 포획·감금해 고통을 주거나 상처를 입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조항이 없다. 단지 신체에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뿐이다.
박 대표는 “동물보호법에는 야생생물법과 달리 ‘고통’이라는 단어가 없다. 이런 이유로 몸에 상해가 남지 않으면 격리조치가 불가하다. 감금 등 동물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는 사람에게도 제재가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plkpl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