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망] “120만명 죽어 나가야 심각한가… 정신 나간 정부” 십자포화 맞는 국민안전처

[메르스 사망] “120만명 죽어 나가야 심각한가… 정신 나간 정부” 십자포화 맞는 국민안전처

기사승인 2015-06-02 12:49:58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는 결국 현실이 됐다. 사망자가 2명이나 발생했다. 2일 온라인은 분노의 목소리로 들끓었다. 사망자들이 모두 보건당국 방역망에서 빠져 있다가 결국 사망했고 3차 감염까지 현실로 나타나자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는 정부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쇄도했다.


국민안전처는 실시간으로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이날 한 매체가 안전처 담당자를 인용, “지금은 범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심각한 단계는 아니다”라며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을 가동했다. 지금은 중대본을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안전처는 국가 재난단계도 현 단계인 ‘주의’ 상태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국가 재난단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구분된다. 중대본이 구성되면 안전처 장관이 본부장을 맡고 전염병 관련 예방, 대응, 업무조정 등 통합 관리를 하게 된다. 또 전국 16개 시·도와 230개 시·군·구에서도 단체장을 본부장으로 한 별도 대책본부가 가동돼 대책 마련에 나서게 된다. 정부는 2009년 신종플루 확산 당시 중대본을 가동했다. 당시 11월 들어서면서 하루 1만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재난단계를 ‘심각’ 수준으로 높이고 중대본을 꾸렸다.

이를 두고 SNS에선 ‘신종플루와 치사율 자체가 다르다’ ‘치사율이 40%라는데 120만명 죽고 나서야 심각하다는 건가’ ‘정신 나간 정부’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메르스 사망자까지 발생했지만 방역과 관리를 맡은 보건당국은 공식 발표를 수차례 번복하며 여론 불신을 자초했다. 3차 감염을 막겠다는 약속이 대표적이다. 당국은 지난달 25일 보도자료에서 “환자와 접촉했으나 증상이 없는 사람은 자가 격리를 하면서 증상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자가 격리만으로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9일 “보건복지부가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3차 감염이 없게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가 31일 “만약 3차 감염자가 발생한다면 조기 발견해서 치료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2일 사망자 2명과 3차 감염자 2명이 동시에 발생하자 당국은 “민관합동대책반은 3차 감염 사례를 의료기관 내 감염으로 (판단하며), 지역사회로 확산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3차 감염을 막겠다고 했다가 발생하자 지역사회 확산은 아니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선 셈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방역 초기 ‘낙타와 접촉 금지’를 메르스 예방법으로 주로 홍보한 것도 질타를 받고 있다. 네티즌들은 ‘대체 낙타를 몇 명이나 만난다고’ ‘감염 지역과 병원이나 알려달라’ ‘낙타만 조심하면 안 걸리나’ 등 성난 반응을 쏟아냈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당시 낙타고기 요리 일화도 희화화 됐다. 당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중동순방에 얽힌 뒷얘기를 공개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 모하메드 왕세제와 카타르 타밈 국왕은 공식오찬을 대접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낙타고기 요리를 내놓았다. 청와대는 “UAE와 카타르 정상이 오찬메뉴에 최고의 환대 의지를 담은 것”이라며 낙타가 운송수단이자 귀한 식재료로 쓰이는 중동에서 손님에게 낙타고기 요리를 주는 것은 전재산을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트위터에선 ‘대통령부터 검사받아야 할 듯’ ‘낙타고기 먹고 이제 와선 조심하라고 하나’ 등 비아냥이 이어졌다.

경찰이 지난달 30일 꺼내들었던 형사처벌 카드도 조롱을 사고 있다. 경찰은 메르스 관련 유언비어나 괴담을 퍼뜨릴 경우 보건당국의 의견을 들은 다음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하지만 2명이 사망하고 25명이나 감염돼 전파 가능성을 경고하는 일부 게시물은 현실이 됐다. 전염병 소재 영화인 ‘컨테이젼’ ’감기’ ‘연가시’ ‘월드워Z’ 등이 계속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민심은 이미 겉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정부를 성토하는 게시물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못지않게 쏟아지고 있다. 메르스 공포가 결국 사망에 이르렀는데도 국회법 개정안에 골몰하는 정치권을 향한 시선도 싸늘하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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