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 지적한 이응준 “묻힐 뻔한 사실을 글로 남겼을 뿐”…신경숙, 왜 침묵하나

‘신경숙 표절’ 지적한 이응준 “묻힐 뻔한 사실을 글로 남겼을 뿐”…신경숙, 왜 침묵하나

기사승인 2015-06-17 14:41:55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한국의 문단계의 ‘간판’ 같은 존재인 소설가 신경숙의 표절을 주장한 시인 겸 소설가 이응준이 “정식 문인이 묻힐 뻔한 사실을 정식 글로 남겼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응준은 1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신경숙의 표절) 사안은 문단계는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응준은 “하지만 이런 정보가 정식 기록이 아닌 안개 형태로, 부서진 형태로 떠다니고 있었을 뿐”이라며 “이런 형태로 남아있다면 이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왜곡되고 무의미해진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정식 문인인 제가 그런 정보를 잘 정돈해서 제 이름을 걸고 기록으로 남겼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응준은 “저는 신경숙 작가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다”며 “다만 신 작가가 이렇게 표절 사실을 얼버무리는 상황에서 기록이 남지 않는다면 우리가 죽고 난 후(흙이 된 후)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문학이 아무리 왜소해진다고 해도 여전히 문학을 읽는 사람들이 있다. 조선시대 남겨진 한두 줄의 기록이 지금 큰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지금 이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했다”고 강조하면서 “미래의 독자들이 절망할 수는 없지 않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그는 1996년에 나온 소설의 표절 문제를 20여 년이 다 돼 가는 지금 제기하는 것에 대해 “제대로 된 글로 남겨 표절 의혹을 멈추게 하려고 10년을 준비했다”며 “글 수정만 한 달 반이 걸리고 법률적 검토도 거쳤다”고 답했다.

신 작가는 이전에도 표절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다.

그가 지난 1999년 발표한 소설 ‘딸기밭’과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단편 ‘작별인사’ 등의 작품들은 크고 작은 표절 시비가 있었다.

특히 ‘작별인사’는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장편소설 ‘물의가족’을 표절한 것이라는 주장이 90년대 말 한 문학평론가에게서 나오기도 했다.

이응준은 이에 대해 “그때도 신 작가가 미시마 유키오를 표절했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상하게 흐지부지 넘어갔다”며 “온갖 압력과 협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응준은 최근 한 온라인 매체 기고를 통해 “창작과비평이 출간한 신경숙 작가의 ‘오래전 집을 떠날 때’ 가운데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240-241쪽)이 유키오 작품의 구절을 그대로 따온 표절”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신경숙은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음은 표절 의혹이 제기된 부분의 두 작품 비교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 먼지 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워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김후란 옮김, 「우국(憂國)」, 『金閣寺, 憂國, 연회는 끝나고』, 주우(主友) 세계문학20, 주식회사 주우, P.233. (1983년 1월 25일 초판 인쇄, 1983년 1월 30일 초판 발행.)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창작과비평사, P.240-241. (1996년 9월 25일 초판 발행, 이후 2005년 8월1일 동일한 출판사로서 이름을 줄여 개명한 '창비'에서 『감자 먹는 사람들』로 소설집 제목만 바꾸어 재출간됨.)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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