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욕스러워 죄스러울 뿐” 신경숙 표절 부인에 이응준 직격탄 날려

“치욕스러워 죄스러울 뿐” 신경숙 표절 부인에 이응준 직격탄 날려

기사승인 2015-06-18 00:10: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신경숙이 과거에 쓴 단편소설이 일본 작가의 작품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표절 의혹 작품을 알지도 못하고 대응 안할 것”이라고 밝혀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소설가 이응준씨는 16일 신씨의 소설집 ‘오래 전 집을 떠날 때’(1996년 창작과비평사)에 수록된 단편 ‘전설’의 한 대목이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1983년 주우세계문학전집 제20권)에 실린 단편 ‘우국’ 일부를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날 허핑턴포스트코리아에 기고한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두 작품의 글을 비교했다.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밤뿐만 아니라 훈련을 마치고 흙먼지투성이의 군복을 벗는 동안마저 안타까와하면서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그 자리에 쓰러뜨리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레이코도 잘 응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 (미시마 유키오)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남자는 바깥에서 돌아와 흙먼지 묻은 얼굴을 씻다가도 뭔가를 안타까워하며 서둘러 여자를 쓰러뜨리는 일이 매번이었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청일한 아름다움 속으로 관능은 향기롭고 풍요롭게 배어들었다. 그 무르익음은 노래를 부르는 여자의 목소리 속으로도 기름지게 스며들어 이젠 여자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가 여자에게 빨려오는 듯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 (신경숙)

이씨는 특히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는 표현에 대해 “이러한 언어조합은 가령, ‘추억의 속도’ 같은 지극히 시적 표현으로서 누군가 어디에서 우연히 보고 들은 것을 실수로 적어서는 결코 발화될 수 없는 차원의, 그러니까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신경숙은 한국문학의 당대사 안에서 처세의 달인인 평론가들로부터 상전처럼 떠받들어지고 있으며 동인문학상의 종신심사위원을 맡는 등 한국문단 최고의 권력이기도 하다”며 “신경숙이 저지른 표절이 (중략) 하루하루가 풍전등화인 한국문학의 본령에 입힌 상처는 그 어떤 뼈아픈 후회보다 더 참담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신경숙의 소설들은 다양한 언어들로 번역돼 각 외국 현지에서 상업적으로도 일정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린 바 있다”며 “그런데 만약 ‘신경숙의 미시마 유키오 표절’이 뉴욕에 알려진다면? 파리에 알려진다면? 영국에 알려진다면? 일본의 문인들이, 일본의 대중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이는 감춘다고 감춰질 문제도 아니며, 감추면 감출수록 악취가 만발하게 될 한국문학의 치욕이 우리가 도모할 일은 더욱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경숙과 같은 극소수의 문인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한국문인들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버겁고 초라하다”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작가임을 스스로 자랑스러워 하려는 까닭은 비록 비루한 현실을 헤맬지라도 우리 문학만큼은 기어코 늠름하고 진실하게 지켜내겠다는 자존심과 신념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 작가에 관한 표절 시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지난 1999년 발표한 소설 ‘딸기밭’과 장편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단편 ‘작별인사’ 등 작품들도 크고 작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표절 의혹을 제기한 이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에 쓴 소설이고 비슷한 논란이 더러 있었지만 누구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서 “인기 작가의 표절 문제를 외면해 온 문단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늦었지만 짚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선 “(‘우국’ 표절 의혹은) 10여 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며 나뿐만 아니라 문단의 상당수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한국 문인 중 이 일에 대해 누구도 자기의 이름을 걸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표절을 밝히는 것이) 나나 신경숙씨 모두에게 좋을 것이 없지만 침묵할 경우 한국문단에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공고해지고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표절 사실이) 인터넷에 출처 없는 글로 떠돌아다니기보다는 정식 기록으로 남아 나중에 도서관에서 찾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며 “이를 위해 8년 전부터 문단에 발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변호사 선임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신 작가는 17일 출판사 창작과비평사를 통해 “문제가 된 일본작가의 작품을 읽은 적이 없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 아울러 창비 역시 두 작품의 유사성은 전체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창비에 따르면 신 작가는 현재 신작 집필을 위해 몇 달째 서울을 떠나 있는 상태다.

신 작가는 창비에 보낸 이메일에서 “오래전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로 해당 작품(‘우국’)은 알지 못한다.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풍파를 함께 해왔듯이 나를 믿어주시길 바랄뿐이고,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창비 문학출판부 역시 표절로 판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창비 문학출판부는 “일본 작품은 극우민족주의자인 주인공이 천황 직접 통치를 주장하는 쿠데타에 참여하지 못한 후 할복자살하는 작품이며, 신경숙의 ‘전설’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전쟁중의 인간 존재의 의미 등을 다룬 작품”이라면서 “유사한 점이라곤 신혼부부가 등장한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문제가 된) 신혼부부가 성애에 눈뜨는 장면묘사는 일상적인 소재인데다가 작품 전체를 좌우할 독창적인 묘사도 아니다”며 “인용 작품들은 두 작품 공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를 근거로 표절 운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신 작가 입장 표명에 대해 이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문학의 진정성을 향해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라며 “그 글에 대한 신경숙과 창비의 이러한 반응에 대하여서는 한국문학을 사랑하시는 모든 독자 분들께서 추상같은 판단을 내려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한 사람의 문인으로서 제 모국어의 독자 분들께 이 기어이 반성하지 못하는 문단이 너무도 치욕스러워 그저 죄스러울 뿐”이라고 신 작가와 창비 측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마지막 부탁입니다. ‘우상의 어둠, 문학의 타락’을 다시 한 번 더 깊이 읽어주시길 바랍니다”라며 “모든 질문과 대답은 이미 그 안에 다 들어 있고, 그것을 온당하고 정의롭게 사용해주실 당사자들은 신경숙의 독자 분들도, 이응준의 독자 분들도 아닌 바로 한국문학의 독자 분들이기 때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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