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 정도로 고통” 죽고 나서야 전해진 무명 배우 판영진의 심정

“숨막힐 정도로 고통” 죽고 나서야 전해진 무명 배우 판영진의 심정

기사승인 2015-06-23 15:08:55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영화배우 판영진(58)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판씨는 지난 22일 오후 11시45분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동 자신의 집 앞 마당에 주차된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민이 발견해 119 구조대에 신고했다.

숨진 판씨는 운전석에 앉아 있었으며 조수석에는 타다 남은 번개탄이 있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판씨는 지인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판씨가 평소 우울증을 앓았다는 유족 진술을 토대로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판씨는 2008년 독립영화 ‘나비두더지’의 주연배우로 출연한 바 있다.

이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생전 판씨가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지난 4월 28일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는 것은 바로 나다. 모든 게 나로 시작돼 나로 끝나는 게 인생사이기에”라고 적었다. 30일에는 “내 평생 화두는 ‘이 뭐꼬’ 단 한 번 살다가는 세상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고가니 난 복 받은 놈”이라며 “궤변 같겠지만, 세상 살면서 함부로 자신의 기준치만으로 고정관념을 갖지 마라. 이 세상에는 인력으로 안 되는 일이 무수히 존재하거늘”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5월 2일에도 “어제는 가서 좋고 내일은 오니 좋고 오늘은 뭐든 할 수 있어 좋다”며 “난 지금 숨 막힐 정도로 고통스럽건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좀 이해가 간다. 흔들리며 사는 게 삶일 게다”라고 적었고 6일에는 “나에게 고하는 말. 뒤돌아보지 마라. 멍충아”라고 했다. 6월 19일에는 “저 잡풀은 잡풀이요. 저 소나무는 소나무요. 잡풀이 어찌 소나무가 되리요. 혼신을 다 한들 개체의 한계인 것”이라고 밝혔다.
조현우 기자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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