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기업들의 엄한 창조경제 충성

[봉기자의 호시탐탐] 기업들의 엄한 창조경제 충성

기사승인 2015-06-26 11:23:55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기업들이 납작 엎드려 있습니다. 혹시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이기도 하고요. 박근혜정부 뿐만 아니라 어느 정권에서도 정부에 밑 보인 기업들은 문제 삼으려 들면 얼마든지 가능한 내용으로 오너를 구속하고, 경제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는다면야, 기업들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에 모두가 입을 맞춰 충성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그러나 엉뚱한 충성은 역효과를 낳기도 합니다. CJ 얘깁니다. 며칠 전 ‘창조경제’하려다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한 거 기억하시죠? CJ가 이탈리아 밀라노 시 전역의 드론 촬영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해당 촬영을 강행해 문제가 됐지요. 자사 광고 영상을 촬영하던 중 드론 조정에 실패해 금빛 마리아 동상 근처 테라스 지붕에 설치된 케이블과 부딪치는 사고를 냈죠. 다행히도 유물은 파손되지 않았지만 하마터면 세계적 유산인 ‘두오모’ 성당이 피해를 입을 뻔 했죠.

“다 지난 사건을 왜 또 들춰?” CJ 측에선 이렇게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불법임을 알면서도 촬영을 강행했다는 타매체 단독보도를 인용해 숟가락 얹는 것도 아닙니다. 다름 아닌 일본인들의 조롱 섞인 야유와 비난이 이어지고 있어서입니다. 사건 발생 후 CJ 해당 계열사 측은 즉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했지만 사후약방문이네요. 이 일로 일부 일본 네티즌들은 “문화재의 소중함을 모르는 한국인”이라며 조롱했으며, 우리 네티즌들마저도 CJ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으니 말입니다. 안에서는 한류의 선구자처럼 굴던 CJ의 나라밖 행동에 아쉬운 목소리도 많았지요. 국제망신 시킨 CJ를 처벌해달라는 요구도 빗발쳤습니다.

얼마 전 CJ는 ‘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에서 문화사업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맞는 얘깁니다. KCON만 해도 미국 LA에서는 그 지역이 들썩할 정도니까요. 한국을 알리는 또 다른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CJ 때문에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망신을 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CJ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요? 창조경제의 엄한 충성은 때론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것이니 도리어 씁쓸하네요.

창조경제 끝물에 분위기 살짝 탈 뻔한 CJ로서는 이번 ‘드론 사건’으로 적잖이 속 좀 쓰리겠습니다. 과잉 충성하는 신하에 백성 눈치 안 보는 임금이 어떻게 할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말이죠.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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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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