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겸 기자] 한국마사회가 용산역 인근에 있었던 용산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을 원효로 전자상가 부근으로 이전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인근 지역주민들은 화상경마장 주변이 주거지역인데다 직선거리 235m에 성심여중·고등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지난 2년여 간 경마장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마사회는 지난달 31일 ‘기습’으로 장외마권 발매를 시작했다. 지역주민들과 성심여중·고 학생들은 학교 주변에서 경마장을 몰아내자는 반대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해당 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는 성심여중 1학년 A양은 “학교 차원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갔다”며 “경찰아저씨들이 와서 무섭기도 했지만, 학교 주변에 화상 경마장이 생기면 공부하는데 안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동참했다”고 말했다.
A양은 화상경마장 인근에 학생들이 자주 돌아다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A양은 “화상경마장 쪽이 학교 주변에서 놀 거리가 가장 많은 곳”이라며 “거기에 전자랜드가 있는데 그 안에 영화관, 음반매장, 오락실 등이 있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학생들 대부분이 그 곳으로 놀러간다. 또 등하교를 할 때 이용하는 버스정류장도 화상경마장 부근에 있다. 고등학교 언니들이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갈 때 경마장 쪽으로 가야 돼서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성심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B양은 “아저씨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경마장에 오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입을 열었다.
B양은 “학교에서 경마장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안 걸린다. 또 교실에서 경마장 건물이 보이는 반도 있다”며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경마장 건물을 보면서 수업을 듣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마장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주변에 유흥업소도 많이 생기고 할 텐데 취객이나 이상한 아저씨들을 만날까봐 무섭다. 무슨 일이 생길까봐 밤에는 잘 안 돌아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23일 한국마사회를 청소년 보호법 등 각종 법률 위반 혐의로 정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마사회는 청소년보호법상 만 19세 청소년 출입 및 고용 금지업소인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 18층에 교회를 유치해 청소년을 출입시켰다.
마사회 측은 처음에는 사실 관계를 부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청소년들이 부모를 동행해 출입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용산화상경마도박장추방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부모도 없이 청소년들이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을 드나드는 것을 주민들이 직접 목격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에 성심여중에 다니는 자녀를 둔 C씨는 “그 건물에 교회가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C씨는 “마사회에서 ‘문화센터를 열어서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주민들을 설득하려고 하고 있지만 다 미끼로 밖에 안 보인다. 3일은 도박장, 4일은 문화센터로 운영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 또 레저 스포츠니 뭐니 하지만 사실상 도박장 아니냐”며 “아이들이 지나다니면서 다 보는데 뭘 보고 배우라는 건지 모르겠다. 학교 주변에 경마장이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마사회 사람들한테 되묻고 싶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경마장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대출 찌라시가 돌아다닌다. 경마장이 자리를 잡으면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라며 “여학교가 있어서 안 그래도 엄마들이 안전에 대해 걱정이 많은데 경마장까지 들어온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다른 곳도 있는데 굳이 학교 주변에 화상 경마장을 만든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한 생각을 가지고 크게 하기 위해서라도
학교 인근 화상 경마장은 꼭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plkplk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