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단비 기자]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들기까지 병원의 역할이 컸다. 물론 중·대형 병원 몇 곳에서 추가확진자가 속출하기도 했지만 메르스 확산 방지와 메르스 환자 완치의 공은 역시 현장의 의사와 간호사, 병원의 노력이다. 그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한국의 메르스 종식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 이들의 노력은 메르스 종식 후 아낌없이 평가받아야한다. 그러나 예견되는 현실은 병원 경영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이다.
김성덕 중앙대병원장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지난 5월 30일경부터 전직원 마스크 착용, 손소독, 의료기기 소독을 엄격히 했다. 혹시 모를 메르스 환자 발생에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유난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때만 해도 80명 넘는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원장은 방역을 최우선하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 결과 중앙대병원은 현재까지 메르스 확진자 ‘0’명과 안심병원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김 원장은 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 내용의 일부를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입원환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다인실의 확보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현행 50%기준의 다인실을 70%까지 늘려 환자의 부담을 줄이려는 조치다.
김 원장은 “메르스 대응에 필요한 일회용 마스크와 손소독제, 방호복 구입에 따른 적자를 국가로부터 보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상급병실을 줄이고 다인실을 늘리는 정책은 병원의 회생을 막는 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메르스의 여파로 중·대형 병원의 건강검진 취소률이 90%에 이르고, 급하지 않는 경증환자의 진료 예약취소가 이어지면서 병원 수입이 20%까지 떨어진 곳도 있다.
일부 병원은 적자가 해결되지 않는 한 당분간 직원 월급을 줄 수 없다고 공표한 곳도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기존 다인실 확대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환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체 병실의 70%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기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메르스로 피해를 입은 병원은 지원과 보상을 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보상 대상 병원이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폐쇄된 병원으로 한정돼 있어 안심병원은 제외대상이라는 게 김 원장의 지적이다. 김 원장은 “피해보상 대상병원에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병원은 제외됐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메르스 환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에 최선을 다한 병원에게 보전을 해주는 것이 맞다. 적자를 생각하지 않고 방역을 위해 예산을 끌어다 쓰고 헌신한 병원을 칭찬해주는 게 맞지 않는 가”라고 말했다.
‘신종감염병 유행’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이기는 데 공헌한 병원에 대해 아낌없는 평가가 필요한 시점에서 이들 병원의 적자를 심화시키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연기 또는 재검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