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지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황제 노역’을 기억하시나요?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수백억 원의 벌금 미납 후 일당 ‘5억 원’의 노역을 해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사건입니다. 대다수 서민들이 일당 5만 원짜리 노역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적절한 표현이 ‘황제’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번엔 또 ‘황제’가 나왔습니다. 이번엔 ‘경호’입니다.
박근혜 현 대통령보다도 경호를 많이 받는 이 ‘귀하신 몸’의 주인공은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입니다. 청와대 경호실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3일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내용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 내외는 퇴임 후 2년2개월 동안 총 2255회(국내 2240회, 해외 15회) 경호활동을 지원받았습니다.
감이 안 오시는 분들은 하루에 3번꼴로 경호를 지원받았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현직 대통령 경호 횟수의 5배에 달합니다. 지난해에는 무려 박 대통령의 6배에 달하는 경호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전 대통령 내외도 요즘 바깥출입을 약간 삼가시는 것 같긴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체 무슨 행사가 그렇게 많았던 걸까요? 오랜만에 전 대통령의 근황을 찾아봤습니다. 바로 이틀 전에는 이동관 전 홍보수석,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등 참모진 20여 명을 대동하고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극장을 방문해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습니다. 올해 초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출간 한 뒤에는 가족들과 함께 사이판에 휴가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청와대 경호 인력과 함께였습니다.
전직 대통령의 경우 국내외 행사 한 번에 많게는 20명, 적게는 10명 안팎의 경호 인력이 투입되며 경호비는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쓰입니다.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쓰이는 나랏돈은 이 뿐 만이 아닙니다. 월 1300~14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연금을 비롯해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 1분 거리에 있는 빌딩 12층에 입주한 이 전 대통령의 사무실 월세 1300만원도 국고에서 지원됩니다.
문제는 이 모든 일들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6조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기반을 둔 마땅히 누릴 수 있는 권리라는 것입니다. 사회 취약계층의 중복·부정수급은 적발하겠다고 눈에 불을 켜면서 전직 대통령 ‘체면치레’를 위해 한해 몇 억씩 들어가는 세금은 아깝지 않습니까?
지난해엔 황제 노역, 올해엔 황제 경호...
황제가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시계가 여전히 대통령이 물러난 뒤 ‘시민’으로 돌아오는 민주주의 사회가 아닌 여전히 막후에서 ‘선왕’으로 군림하는 조선시대에 멈춰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jinyong0209@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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