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비가 촉촉이 오는 일요일 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신 한 사람이 있습니다. 80~90년대 어린이 TV프로그램에서 왕성히 활동했던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이 약 20년 만에 TV에 출연한 겁니다.
현재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으로 재직 중인 김영만은 12일 오후 인터넷 생방송으로 진행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에 출연해 과거 못지않은 종이접기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김영만은 “어린이 여러분, 이제 어른이 됐죠?”라는 인사말로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흔적이 담긴 인사말에 시작부터 시청자들은 울컥했죠. 특히나 그의 방송을 보고 자란 2030 세대는 더욱이 그랬습니다.
‘오늘은 어떤 걸 만들어볼까요?’라는 주제로 방송은 이어졌습니다. 김영만은 첫 종이접기를 마친 뒤 “참 쉽죠?”라고 물으면서 “예전에는 나는 쉬운데 어린이들은 따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젠 보는 이들도 어른이 됐으니 쉬울 거다”란 설명으로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다소 긴장한 듯 보였지만, 김영만 원장은 과거 모습 그대로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며 왕관부터 장난감, 보석 등 화려한 종이접기 실력을 선보였습니다.
채팅창을 읽던 김영만은 “눈물이 난다”는 네티즌의 반응에 공감하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나도 눈물이 난다”라며 “왜 이렇게 우는 사람이 많지? 나는 딸 시집갈 때도 안 울었다”라고 말하며 방송 출연의 감격을 전하기도 했죠.
김영만의 등장에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접속자 수가 폭주해 ‘마리텔’ 생방송 시스템이 수차례 다운 됐고, ‘김영만’의 이름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며 지금까지도 관심이 뜨겁습니다.
1부 종료 직전 중간점검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자 김영만은 “순위에 연연하지 말자고 나왔는데, 그렇게 안 되더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이어 “오랜만에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어 감동이다. 진심으로 감사하다. 코딱지들아 알러뷰”라는 소감을 전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정도로 열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20년 만에 돌아온 김영만은 잊고 살았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유년시절의 향수가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죠. 2030 세대의 ‘공감’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한 것 같습니다.
김영만의 등장에 ‘마리텔’에서 긴장해야 될 출연진도 생겼습니다. ‘백주부의 고급진 레시피’로 파죽지세를 이어가던 백종원입니다. 김영만이 독주를 달리던 백종원의 대항마가 된 셈입니다.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백종원이 지겨워질 때쯤, ‘마리텔’ 제작진의 김영만 섭외는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종이접기 아저씨의 ‘공감’ 방송이 백주부의 요리교실을 뛰어넘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