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 D등급’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논란 이유는?

‘안전진단 D등급’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 논란 이유는?

기사승인 2015-08-18 06:50:55

[쿠키뉴스=이다겸 기자] 서울역 고가도로는 200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고 2007년 철거가 결정됐다. 2009년부터는 관광버스 등 대형차량들의 출입도 금지됐지만, 철거 결정이 난지 8년이 지난 지금도 하루 4만 6000여 대의 차량이 서울역 고가를 달리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철거 예정이던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와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고가를 서울역 광장, 북부역세권으로 통하는 17개 보행로와 연결시켜 ‘걷기 좋은 서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낙후된 도심이 살아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서울역 고가 공원화에 찬성하는 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엄청난 수의 차량이 고가를 이용하고 있는 만큼, 고가가 사라진다면 극심한 교통대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만리동 봉제공장과 남대문·동대문 시장 상인들의 반대가 거세다. 만리동 공장에서 남대문·동대문으로 자재가 넘어올 때 서울역 고가로 통행하는데, 고가가 사라져 광화문, 염천교, 서소문로 등으로 우회하게 된다면 시간 경쟁력에서 밀려 경제적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남대문 시장 곳곳에서는 상인회에서 걸어놓은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결사반대’ 플랜카드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남대문에서 옷가게를 하고 있는 A씨(30대)는 “남대문 시장에서 판매하는 물류의 대부분이 서울역 고가를 통해 온다. 고가가 없어지면 만리동에서 남대문까지 직선으로 오는 길이 사라져 한참을 돌아와야 하는데 교통체증이 어마어마할 것이다. 주문한 옷을 1분 1초라도 빨리 받아야 하는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대체도로 등에 대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공원화 사업을 덜컥 추진하면 우리는 어쩌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A씨는 “남대문 시장에 오는 손님 중 상당수는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곳에 오는데 고가가 없어지면 접근성이 떨어져 고객 유치가 덜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시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관광객들이 남대문 시장을 많이 찾을지는 의문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일단 있는 손님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통대란이 아닌 또 다른 이유로 고가도로 공원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남대문 시장에서 시계 가게를 운영하는 B씨(70대)는 “고가도로 공원화를 하면 노숙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지금도 서울역 주변에 노숙자들이 많지 않나. 그런데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을 하면 그 노숙자들이 다 어디로 가겠나. 공원으로 바뀐 도로 주변에서 생활을 할 것이 아닌가. 노숙자들이 그렇게 많은데 그 곳이 공원으로 제대로 운영이 될 수 있을 것 같나. 고가도로 철거에 70억~80억원이 들고, 도로 보수·공원화 사업에는 38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돈만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상인들에게 대체도로를 만들어주고 고가도로는 철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상인들이 고가 공원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에서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C씨(50대)는 “상인 중 80% 가량이 반대하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C씨는 “서울역 주변에 옛 서울역 역사라든가 숭례문이라든가 관광자원이 많지 않느냐.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을 하면 그 곳 자체도 하나의 관광거리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서울역 주변이 하나의 관광권으로 묶여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고가 공원화 사업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서울시에서는 왜 고가 공원화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일까. 그리고 2006년 정밀안전진단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서울역 고가에 2015년까지 차량이 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역 고가 철거를 대체하기 위한 교량 건설을 북부역세권 개발사업과 연계해 실시할 예정이었다. 이것이 2008년에 논의된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이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뤄졌고, 우선협상 대상자 후보였던 기업이 결국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에 손을 떼면서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졌다. 이 사업이 언제 다시 이루어질지도 알 수 없다. 앞서 지난해 1월에는 해당 도로 상판 콘크리트의 일부가 탈락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결국 서울시 차원에서 고가의 존치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해당 고가를 그냥 철거하는 것보다 도심 속 녹지공간으로 만들면 환경적 측면이나 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추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고가 공원화 사업으로 교통대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정체가 아예 안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상인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심각한 교통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는 “요즘 서울시에 오래된 고가도로를 철거하는 작업이 많지 않나. 그리고 그 때마다 교통대란이 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른 사례들을 모니터링 한 결과 심각한 교통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다. 시에서도 서울역 주변 5개 교차로의 구조개선, 우회도로에 대한 방안 등을 가지고 경찰 측과 협의하는 중이다. 무조건적으로 도로를 없애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안을 마련하고 최종협의 후 발표할 것이니 그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plkplk123@kukinews.com
이다겸 기자
plkplk123@kukinews.com
이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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