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때문에 회사 빠지고, 가게 오픈 시간도 미뤄”…아마추어 여자축구 선수들의 열정

“축구 때문에 회사 빠지고, 가게 오픈 시간도 미뤄”…아마추어 여자축구 선수들의 열정

기사승인 2015-08-26 07:00:55
사진=헤스티안 제공

[쿠키뉴스=이다겸 기자] 지난 15~16일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동 인하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제 1회 헤스티안 전국여자축구 대회(주최: 여자축구의 모든 것, HiBEE / 주관: W.대클, 인하 WICS)에는 약 20개의 아마추어 선수 팀이 참가했다.

대회는 7:7 또는 5:5의 미니게임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일반리그와 비체대리그로 나누어 경기를 치렀다. 우승은 부천대가 차지했다.

헤스티안 전국여자축구 대회를 운영하고 있는 전해림(23·교사)씨는 대회 주최 이외에도 여자축구 연합회 ‘W.대클’, 페이스북 페이지 ‘여자축구의 모든 것’의 운영진을 맡고 있을 만큼 여자축구 홍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전해림 씨는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어렸을 때부터 축구가 취미였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실 여자들 중에 축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여자축구는 동아리도 거의 없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여자축구에 열정을 가진 사람들끼리 힘을 모아 만든 것이 W. 대클이다. 처음에는 대학 여자축구 연합회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20대 이상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W. 대클에서는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있는데 축구를 하고 싶지만 같이 할 사람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은 사람들이 모여 축구연습을 하는 일종의 동아리다. 또 페이스북 페이지 ‘여자축구의 모든 것’에서는 대중들에게 여자축구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전씨는 중학교에서 체육교과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다. 여자축구 연합회나 페이스북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놓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전씨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또 ‘축구는 남자들의 운동’이라는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기도 하다. 3년 전만 해도 여자가 축구를 한다고 하면 신기하게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멋있다’고 칭찬해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여자친구가 축구하는 팀의 매니저를 맡아주는 남자친구들도 종종 보이고. 큰 그림에서 보면 아주 작은 노력이겠지만, 그래도 내가 여자축구 인식 변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추어 여자축구팀은 어떤 식으로 운영될까. 헤스티안 여자축구 대회 일반리그에 참가한 인천광역시 계양구 생활체육 여성축구단 ‘비너스’가 연습하고 있는 작전공원을 찾았다.

30~50대 직장인 여성들로 구성된 비너스 팀 선수들은 땡볕이 내리쬐는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볼 컨트롤과 슈팅 연습에 한창이었다. 편을 갈라 미니게임을 할 때는 과격한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비너스 팀의 미니게임을 구경하고 있던 A씨(70대)는 “여자들이 축구하는 것은 많이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보기 좋다. 순발력도 좋고, 유연성도 뛰어난 것 같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그런 파워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주 재미있다”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비너스 팀에서 골키퍼를 맡고 있는 장영수(51·자영업)씨는 2005년부터 축구를 시작해 어느덧 10년차가 됐다. 비너스 창단 멤버인 만큼 팀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장영수 씨는 “지금 치킨·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가게를 처음 시작할 때 여자축구팀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들어가게 됐다. 어린 시절부터 운동하는 것을 워낙 좋아하기도 했고. 처음에는 가게 오픈 시간이 10시라 시간 될 때만 나가서 축구를 했는데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더라. 우리 팀 연습 시간이 10시 30부터 12시 30분까지라서 그냥 가게 오픈 시간을 오후 3시로 미뤘다. 지금은 오전에는 축구를 하고 오후에는 가게를 운영한다”고 축구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축구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차. 장영수 씨는 그동안 많은 축구연습과 경기에 참여하면서 부상도 많이 당했다고 한다. 하지만 축구를 그만 둘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축구를 하면서 다치기도 정말 많이 다쳤다. 특히 포지션이 골키퍼다 보니 손가락이나 팔목에 금이 가고, 갈비뼈를 다치는 일도 있었다. 그래도 축구하는 것이 너무 좋은데 어떡하겠나. 사람들은 그 힘든 축구를 왜 하냐고 묻지만 지금까지 참가한 대회 때 찍은 사진이나 받은 상을 가게 한편에 진열해 놓은 것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가게에 온 손님들이 축구에 대해 관심을 보이면 같이 하자고 권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내가 축구를 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비너스 팀에서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오미숙(40·회사원) 씨 역시 회사에 다니면서 시간을 쪼개 축구를 하고 있다.

오미숙 씨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화장실에 가는 척 하면서 몰래 나왔다.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축구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수 없다. 연습시간 동안 일을 하지 못했으니 점심은 간단히 때우고 얼른 일을 시작 해야겠다”며 부리나케 사무실로 달려갔다.



비너스 팀 감독을 맡고 있는 송혜선(28) 씨는 대학시절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다고 한다. 선수생활 은퇴 후 사회생활을 했지만, 축구가 그리워 다시 경기장으로 돌아오게 됐다고. 송혜선 씨는 현재 여자어린이 축구 코치를 하면서 비너스 감독 일을 병행하고 있다.

송혜선 씨는 “예전에 축구할 때는 ‘여자가 축구를 해봤자…’라는 말도 많이 들었고 사람들이 아예 관심조차 가져주지 않아 서러웠던 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아마추어팀들도 많이 생겼고, 생활체육회에서 여자축구 활성화를 위해 도움을 주면서 예전보다 훨씬 축구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 내가 아마추어팀 감독을 하는 이유는 더 많은 분들이 여자축구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서다. 앞으로도 여자축구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더 많은 여성 축구인들이 생길 수 있도록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plkplk123@kukinews.com

이다겸 기자
plkplk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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