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하거나 위대하거나

무모하거나 위대하거나

기사승인 2015-10-19 18:06:55

5년 전부터 매년 꾸준하게 관객들을 찾아오고 있는 ‘신금호의 오페라 이야기’는 제목만으로는 어떤 공연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요즘 유행하는 오페라 DVD 상연 프로그램 정도로 알고 우연히 들렀다가, 오페라 실황연주는 물론이고 연관된 역사와 문화 등의 인문학과 밀접하게 결합된 공연의 참신함에 놀라는 관객들이 그간 꽤 많았고, 그런 우연한 발걸음들에서 단골 관객으로 발전하는 것이 M컬쳐스 회원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성악가 신금호가 LG아트센터에서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 연출자로서, 6개월간 밤낮없이 치열하게 보냈던 시간을 통해 발견한 독특한 연출과 기획능력은, 그 후 많은 대형 오페라 무대에서 오페라의 독특한 매력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클래식 콘텐츠를 생산해 왔다.

특히 10월 29일, 영산아트홀에 ‘이고르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 ‘the Rake’s progress(탕자의 인생역정)’을 들고 관객들을 찾아오는데, 이 오페라는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는 20세기 현대 오페라이다. 현대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하모니와 파격적인 리듬으로 인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오페라임에는 틀림이 없다.

영국의 풍속화가 윌리엄 호가스(1)가 그린 8개의 연작그림 Rake’s Progress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림의 내용을 미리 살짝 보자면 유산을 물려받은 한량 Tom Rakewell이 환락으로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리며, 방탕한 사람의 최후를 통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깨우쳐야 할 인생의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처음 오페라 ‘the Rake’s progress‘ 공연을 접했을 때 느꼈던 당시의 음악적 충격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주인공 Tom 과 Baba의 결혼식 장면 이었는데 오케스트라의 화성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뭐랄까? 지구인이 만든 음악이 아닌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일방적인 주장이긴 했지만, 프랑스의 전설적 디자이너 코코 샤넬은 자서전 인터뷰를 통해 스트라빈스키와 자신이 연인관계였다고 폭로한 흥미로운 일화도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샤넬이 주장한 그들의 관계는 증명할 어떤 단서도 없어요. 스트라빈스키는 물론 그의 아내까지도 이런 주장이 터무니없는 일이라 무시했었죠.

그러나 이 스캔들을 바라보는 대중은 사실여부에는 관심이 없었고, 남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에 계속 오르내리다 최근 소설로 출판되었고 급기야 영화로도 제작 되었습니다.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라는 말이 딱 들어맞지 않습니까?”
_M컬쳐스 대표 신금호

공연의 시작은 스트라빈스키의 개인적 스토리로부터 시작 될 예정이다. 법을 공부했지만 결국 러시아 국민악파의 대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로서 작곡가의 길을 걷다, 프랑스에 러시아 발레를 소개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해 작곡가로서 많은 히트작을 만들었고, 피카소나 장 콕토 같은 당시 프랑스의 유명 아티스트들과 개인적인 교류, 샤넬과의 뒷이야기를 다룬다. 그가 세계 공연계에 던진 ‘봄의 제전’ 의 충격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의 순수 시대를 지향해 신고전주의의 대표 작곡가가 되기까지 인생역정을 다룬 이야기가 연주의 시작부터 끝까지 같이 한다.

관객들에게 좋은 공연은 연주자들의 많은 노력과 희생이 낳은 공연이다. 이런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 출연을 결정했던 연주자들이지만 고민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영어로 하는 오페라가 많지 않지만 관객들에 익숙한 언어이기에 발음에 신경이 쓰이며 특히, 한두 번 연습으로 익혀질 음정과 박자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하는데 비해, 갈라 콘서트의 성격이 크긴 하지만 한국 초연이라는 점만 보아도 앞으로 공연 기회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노력에 대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다. ‘라트라비아타’나 ‘카르멘’처럼 박수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하지만 이런 작품성이 높은 레퍼토리가 자주 무대에서 올라갔으면 하는 희망에서 시작된 공연이기에 더욱 더 좋은 결과가 있기를 희망한다.


M컬쳐스 연주회의 관객석은 항상 많은 고정 팬들이 차지하고 있다. 매번 새로운 공연으로 보답해야하는 책임감으로 시작한 ‘신금호의 오페라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들의 다음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위대한 도전이 되기를 기원하며.....

신금호의 오페라이야기 no. 25
10월 29일 19시 30분 영산아트홀
문의) M컬쳐스 02 812 0230 www.mcultures.com

(1)그의 그림과 판화는 해적판이 많아 결국 정식 법안으로 만들어지는 회화 저작권의 시작이 되었다.

글쓴이 박진경 (피아니스트 겸 작가)

[쿠키영상] 건널목 사각지대에서 튀어나온 여학생과 충돌한 오토바이 '아찔'

[쿠키영상]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한데 뒤엉켜'…이색 축구 경기

[쿠키영상] 표범 vs 악어, 물속 사투의 승자는?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