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2005년 대한민국 대표 산악인 엄홍길 대장은 세계 최초로 산 정상이 아닌 산등성이를 향해 원정에 오른다. 2004년 에베레스트를 등반 후 하산하다 산악사고로 생을 마감한 동료 대원 박무택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에베레스트 밑 8750M 지점 얼음 속에 묻혀 있는 박무택 대원을 찾기 위해 엄홍길 대장은 휴먼원정대를 조직했다. 영화가 아닌 실제 사람의 삶에는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지만 이석훈 감독은 휴먼원정대의 이야기를 통해 인과관계 그 이상의 것을 조명한다.
휴먼원정대의 실화를 담은 ‘히말라야’의 스크린에는 125분 내내 눈이 휘날린다. 12월, 온기를 찾기 바쁜 계절에 스크린에 걸린 겨울 산악 영화는 낯설지만 그 생경함을 상쇄하는 것은 배우 황정민의 붉은 얼굴이다. 2015년 한 해에만 ‘국제시장’과 ‘베테랑’으로 ‘쌍천만 배우’의 자리에 오른 황정민은 산악 영화라고는 ‘K2’ ‘클리프행어’정도밖에 알지 못하는 관객을 ‘히말라야’로 이끈다. 자리에 앉은 관객은 어렴풋이 뉴스나 신문지상을 통해 이름만 알고 있던 엄홍길 대장의 치열함을 만나게 된다. 해발 8848M의 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아지는지 관객들은 발에 생긴 500원 동전만한 크기의 물집을 짜내는 조명애(라미란)와 동상을 입어 얼굴이 새카매진 채 죽어가는 박무택(정우)을 통해 간접 체험한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는 영화다 보니 극적인 반전도, 치밀한 짜임새도 없다. 영화에 담긴 것은 인간 앞에 버티고 선 거대한 자연과 사람들의 우정, 생명보다 중요한 사람들 사이의 끈끈함이다. 125분이라는 긴 시간을 온전히 이끌어 나가는 건 연기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다. 황정민이 익숙함으로 낯선 산악영화의 안내자가 된다면 정우·김인권·라미란·전배수 등은 ‘히말라야’라는 이야기를 구축해낸다.
반대로 말하자면 영화가 의지할 수 있는 것 또한 황정민이라는 배우의 티켓 파워와 배우들의 연기력 정도다. ‘히말라야’의 홍보 포스터 속에는 산이 없다. 오로지 황정민의 붉은 얼굴 뿐이다. ‘히말라야’는 매끈하게 잘 빠진 영화는 결코 아니다. 함께 개봉하는 ‘스타워즈 7: 깨어난 포스’와 ‘대호’등의 굵직굵직한 라인업을 생각하면 실화 모티브라는 타이틀과 ‘성공이나 돈보다 중요한 사람 사이의 신뢰’에 의지하는 것은 얼핏 곤궁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매력 포인트는 술 취한 것 같은 빨간 얼굴 뿐”이라던 황정민이 쌍천만 배우로 등극한 것을 생각하면 ‘히말라야’의 흥행은 약속된 것처럼 보인다. 오는 16일 개봉. 12세가.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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