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한국에 있었다는 규모 ‘7.0’ 지진, 기록 찾아보니…

[친절한 쿡기자] 한국에 있었다는 규모 ‘7.0’ 지진, 기록 찾아보니…

기사승인 2015-12-23 13:17:55
자료사진으로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AFPBBNews = News1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22일 전북 익산 지역에서 규모 3.9의 지진과 그 여진(1.7)이 있었습니다. 3.9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발생하는 규모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익산의 한 주민은 “집 창문이 7∼10초 정도 강하게 흔들리고 ‘쿵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습니다.

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이 정도 감지 수준의 지진이 나면 큰 화제와 놀라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우리나라에도 무려 규모 ‘7.0’의 지진이 있었다고 합니다.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조선왕조실록 같은 역사기록물에 남아 있는 지진발생 피해 기록을 바탕으로 한 여러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는 규모 6대 후반 지진, 규모 7.0에 해당하는 지진이 발생했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뒤져보니 홍 교수가 말한 당시의 규모 7.0 지진 기록은 1518년(중종 13년) 5월 15일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지진 관련 기록이 1900여 건이 등장한다고 하는데요. ‘지진이 일어났다’ ‘밤에 지진이 일어났다’는 등 단문으로 그치는 대부분의 기록과는 달리, 이 날의 서술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유시(酉時·오후 6시쯤)에 세 차례 크게 지진(地震)이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성난 우레 소리처럼 커서 인마(人馬)가 모두 피하고, 담장과 성첩(城堞)이 무너지고 떨어져서, 도성 안 사람들이 모두 놀라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고, 밤새도록 노숙하며 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니, 고로(故老)들이 모두 옛날에는 없던 일이라 하였다. 팔도(八道)가 다 마찬가지였다.(酉時, 地大震凡三度, 其聲殷殷如怒雷, 人馬?易, 墻屋壓頹, 城堞墜落, 都中之人皆驚惶失色, 罔知攸爲, 終夜露宿, 不敢入處其家. 故老皆以爲古所無也. 八道皆同.)

소방방재청이 8개의 등급으로 나눈 지진 규모가 자연·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에서 봤을 때, 사람들이 놀라 어쩔 줄 모를 정도라면 규모가 최소한 5.0은 됩니다.

규모 5.0은 ‘건물의 흔들림이 심하고 불안정하게 놓인 꽃병이 넘어지며 그릇의 물이 넘친다. 많은 사람이 집 밖으로 뛰어 나온다’입니다. 6.0은 ‘벽에 금이 가고 비속이 넘어진다. 굴뚝·돌담·축대 등이 파손된다. 서 있기 곤란하고 심한 공포를 느낀다’이고, 7.0은 ‘건물 파괴 30% 이하. 산사태가 발생할 수 있고 땅에 금이 간다. 사람이 서 있을 수 없어 도움 없이는 걸을 수 없다’입니다.

중중 13년 5월 15일의 묘사를 대입해보면 홍 교수의 말대로 규모 6대 후반에서 7.0이 될 듯 합니다. (다수가 혼비백산했던 분위기의 표현일 수 있으나) ‘팔도(八道)가 다 마찬가지였다’라는 마지막 문장도 눈길을 끕니다.

비록 수백년 전이지만 소위 ‘패닉 수준’의 지진이 우리나라에서, 그것도 ‘전국적으로’ 발생했다는 게 놀랍기만 하죠.

이틀 뒤(5월15일) 중종은 대신들을 불러 대책회의를 엽니다.

“재앙은 헛되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災不虛生)”라며 당황스러워 하는 중종에게 예조판서 남곤이 이렇게 말합니다.

“상께서 즉위하신 뒤로 사냥이나 토목 공사나 성색에 빠진 일이 없고, 아랫사람이 또한 성의를 받들고 모두 국사에 마음과 힘을 다하여 ‘태평 시대’라고는 할 수 없어도 소강이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재변이 하루하루 더 심각하니, 신은 고금과 학문에 널리 통하지 못해 재변이 일어나는 원인을 알 수 없습니다” (自上卽位之後無遊佃土木聲色之失 在下之承奉聖意 亦皆盡心國事 雖不可謂太平 亦可謂少康 而災變之來 日深一日 臣非博通 未知致災之根本也)

과학기술 수준이 떨어지는 시대이다 보니 자연재해의 원인도 나라를 돌보고 운영하는 일, 즉 ‘국정(國政)’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큰 자연재해가 났는데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앉아 이런 얘기나 하고 있다가는 욕만 잔뜩 먹겠죠.

그렇다고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대라고 해서 자연재해와 국정이 영 관계가 없는 건 아닙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자연재해 예측’ 빅데이터 업체 대표의 말이 떠오릅니다.

“자연재해 예측은 해당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행하는 ‘정부주도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연재해 중 우리나라 정부의 ‘벽’이 가장 높은 분야가 바로 지진이다. 다양한 업체에게 문을 열어 자연스럽게 경쟁을 유도해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하는데, 지진 분야는 정부와 손잡은 소수 업체가 거의 독점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측 기술 발전이 더딜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홍 교수도 라디오에서 “(지진 발생의) 비교적 정확한 시기를 못 박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는데요.

조선시대 때처럼 지진의 원인을 국정에서 찾으면 안 되겠지만, 지진의 예측·피해예방에 국정이 도움을 줄 순 있겠네요. 물론, 제대로 잘 돌아갈 때 말입니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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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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