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다니엘 기자] 몽고식품 김만식 전 명예회장의 운전기사 폭행 논란으로 또다시 ‘갑질논란’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올해에만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제는 세어보기조차 꽤 벅찬 숫자가 된 듯합니다.
김 전 명예회장의 운전기사로 지난 9월부터 일한 A씨는 특별한 이유 없이 폭언에 시달리고 정강이, 허벅지 등을 발로 걷어차이는 등의 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했습니다.
10월 중순쯤, A씨는 김 회장 부인에게 부탁을 받아 회사에 가 있는 사이 김 회장으로부터 “왜 거기에 있느냐”는 불호령을 받고 서둘러 자택으로 돌아갔다가 구둣발로 낭심을 걷어차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A씨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이후에도 아랫배 통증이 계속돼 일주일간 집에서 쉬어야만 했습니다.
이후에도 김 회장의 ‘갑질’은 계속됐습니다. A씨가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에 의하면 김 회장은 운전 중인 그에게 “개자식아”, “X발놈”, “싸가지 없는 새끼…문 올려라, 춥다”등의 폭언을 스스럼없이 했습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이런 대우를 견디던 A씨는 지난달 말 회사로부터 “회장 지시로 그만둬야 할 것 같다”는 통보를 받았고 지난 15일자로 권고사직 처분을 받았습니다.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그는 ‘을의 반란’을 결심했습니다. 그는 언론을 통해 김 전 명예회장의 행각을 상세히 알렸고, “숱한 운전기사들이 (이런 대우를) 거의 다 겪었다고 들었다”고도 밝혔습니다.
김 회장은 급히 대국민사과를 했지만 네티즌들은 “사회적 이슈가 되면 으레 나오는 사과”라며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불매운동의 움직임도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죠.
올 한해를 결산하는 키워드로 ‘갑질’이 꼽힐 만큼 지난 1년 동안 사장님, 사모님, 고객님의 횡포가 횡행했습니다.
‘갑질’이란 표현은 지난해 12월 초 땅콩회항에서 처음 물망 위로 떠올랐습니다. 같은 달 27일엔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주차요원을 무릎 꿇린 모녀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죠.
올해 7월에 불거진 ‘인분교수’ 사건은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어떤 상하관계에서든 ‘갑질’이 나올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죠.
이 외에도 8월과 11월, 12월에 서울 청담동, 부산, 창원, 광주 등에서 입주민들의 경비원 갑질 논란이 있었고, 10월 스와로브스키 고객 갑질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러다보니 참다못한 ‘을의 반격’도 이어졌습니다.
한 아파트 단지에서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하자 택배회사 측은 “택배기사는 노예가 아니다”며 해당 아파트의 모든 택배물을 반송 처리했죠.
한 도시락 전문점에선 갑질 고객에게 일침을 날렸습니다.
“우리 직원이 고객에게 무례한 행동을 했다면 직원을 내보내겠다. 그러나 우리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시면 고객을 내보내겠다”
‘을’을 대변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기도 했습니다. tvN에서 방영한 ‘미생’과 ‘막돼먹은 영애씨’, JTBC의 ‘송곳’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입주민 갑질에 같은 아파트에 거주 중인 한 학생은 “본인의 부모님께서 이런 일을 겪으면 기분이 어떨지, 본인의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는 문구를 엘리베이터 벽에 붙여 귀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 특별히 갑질에 쉽게 노출되는 구조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김경진 변호사는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서비스에 대해 너무 극단적으로 민감한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아울러 단기간 고도성장을 해낸 한국이 자본의 선진화는 이뤘을지언정 도덕·윤리적 성장은 미숙아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도 있죠.
갑질이 일시적인 우월감과 정신적 만족을 줄진 모르겠으나 진정 한 사람의 삶을 갑으로 이끌진 못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결함 내지는 공백을 억지로 채워 넣는 ‘노예근성’의 또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새해에는 ‘갑’, ‘을’ 없이 ‘인격’만 남는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dani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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