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이토록 긴장감 없는 시상식이 있을까요. ‘2015 MBC 연예대상’에 참석한 방송인 중에 수상하지 못한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매년 공동수상 남발로 시상식의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9일 서울 상암동 MBC사옥에서 ‘2015 MBC 연예대상’이 열렸습니다. 한해를 빛낸 방송인들이 모여 자리를 빛냈죠.
이날의 주인공은 김구라였습니다. 데뷔 22년 만에 처음으로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은 것이죠. 김영철, 하하, 김소연, 한채아, 김성주는 버라이어티 부문과 뮤직토크쇼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10주년을 맞은 국민 예능 ‘무한도전’은 ‘올해의 프로그램상’과 ‘공로상’을 수상하며 그간의 노고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수상자의 인원이었습니다.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남녀 신인상부터 최우수상까지 대부분의 수상부문에서 2인 이상이 공동수상했습니다. 이날 시상식에 온 사람 모두가 상을 받아간 셈이죠. 안 받은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요.
버라이어티부문과 뮤직토크쇼 부문으로 나뉘어 신인상, 올해의 뉴스타상, 작가상, 인기상, 특별상까지 공동수상이었습니다. 한 해 동안 가장 활약상을 펼친 이가 받아야 하는 우수상, 최우수상 역시 다르지 않았죠.
공동수상에 더해 단체상도 있었습니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3기는 팀워크 상을, ‘라디오스타’ MC 전원은 PD상을 수상했죠. ‘무한도전’ 팀 역시 단체로 공로상을 받았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도 있었습니다. 연예대상에서 가요 부문 인기상으로 아이돌 그룹 엑소에게 상을 수여했습니다. 신인상의 수상이 끝난 뒤 ‘올해의 뉴스타상’을 시상했고요. 대체 신인상과 ‘올해의 뉴스타상’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이중 버라이어티 부문 인기상을 수상한 강예원은 “상이 좀 많은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을 비롯해 오민석, 전현무, 임원희 총 4명이 공동수상을 했기 때문이죠.
사실 ‘MBC 연예대상’의 공동수상 남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긴 합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상 나눠주기’ 비판을 피할 수 없었죠. 물론 누구하나 수고하지 않은 예능인이 없었으며, 모두에게 상을 주고 싶은 MBC의 마음은 이해가 되나 이로 인해 수상자들만 즐거운 시상식이 돼서는 안됐겠죠.
상을 남발하다 보니 수상자들의 소감을 들을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음악이 흘러나와 수상자의 소감이 잘리기도 했습니다. 이에 MBC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예정된 생방송 시간이 초과되는 관습을 해결하기 위해 소감이 길어질 때마다 어김없이 나온 ‘독촉 음악’은 제작진의 센스 넘치면서도 개념 있는 장치로 중간중간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고 표현을 했습니다.
이렇게 수상을 남발할 거면 “지상파 3사 통합해 시상식을 만들자”라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래야 시상식의 권위가 조금은 생기지 않겠냐는 것이죠.
‘그들만의 잔치’였다는 평가는 매해 나오고 있지만 지겹도록 변하지 않는 관행에 방송사들이 과연 모니터링을 하고 있나 싶은 의구심도 듭니다. 시청자들은 ‘나눠주기’가 아닌 상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시상식을 바랍니다. hy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