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산업 결산] 스마트폰과 반도체, 혁신보단 수성

[전자·IT산업 결산] 스마트폰과 반도체, 혁신보단 수성

기사승인 2016-01-01 02:00:55

[쿠키뉴스=구현화 기자] 한국의 산업을 이끄는 주역은 스마트폰과 반도체 사업이다. 삼성과 LG, SK 등 전자업체의 2015년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수성하는 한 해였다. 미국의 애플과 인텔 등이 인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새롭게 치고 들어오는 중국업체들의 선전이 위협적이었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로 글로벌 1위를 지켜내는 가운데서도 아이폰이 흥행가도를 이어갔다.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 부문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익성을 높였지만, 비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쫓아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만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아우르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스마트폰, 프리미엄폰 상향평준화...중저가폰 인기

스마트폰은 삼성이 글로벌 1위를 지켰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1위로 애플을 2위로 따돌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3분기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총 838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았다. 삼성전자는 북미를 제외한 전 세계 지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정상에 올랐다. 올해 3분기 서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남미, 동유럽,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5개 지역에서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중국 전자업체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화웨이의 저가폰 ‘Y6’, 샤오미의 ‘홍미노트’ 등이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의 운신이 좁아졌다.

속도감과 메모리, 무선충전과 삼성페이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갤럭시S6은 예상만큼은 반향이 크지 않았지만 '엣지'가 독특한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다. 골드와 실버, 사파이어 등 색깔도 화려해졌다.

갤럭시노트5는 대화면 인기를 반영한 패블릿에 부드러운 필기감을 탑재한 S펜으로 글로벌한 인기를 끌었다. 삼성이 야심차게 준비한 '삼성페이'가 갤럭시노트5의 인기로 확대됐다.

애플은 컬러로 승부했다. 대화면 패블릿을 장착한 아이폰S6의 인기가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아이폰 로즈골드가 인기를 끌었다.

아이폰S6은 속도가 조금 향상되고 3D포스 등 기능을 약간 추가한 것 외에는 전작보다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색깔을 다르게 한 것만으로도 전세계 아이폰 팬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올해 휴대폰은 혁신적이라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이에 따라 내년에 나올 갤럭시7과 아이폰7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버튼 없는 휴대폰 등 또다른 혁신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프리미엄폰 신상품이 큰 혁신성 없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저렴한 중저가폰을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도 커졌다. 중저가폰에서 삼성전자가 A시리즈, J시리즈를 내놓고 LG는 LG클래스 등을 바탕으로 중저가 시장에도 상당한 기능의 휴대폰을 내놓으면서 중저가폰 판매가 갤럭시 실적을 떠받쳤다.


삼성이 보급형으로 출시한 갤럭시 A시리즈와 갤럭시J시리즈, 갤럭시 맥스는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LG의 클래스도 인기를 끌었다. 중장년층을 겨냥한 폴더형 스마트폰도 잘 나갔다. SK텔레콤과 TG컴퍼니의 루나는 디자인이나 소재가 유명 휴대폰 못지 않아 젊은층의 인기를 끌었다. 화웨이폰 Y6이나 샤오미폰 '홍미노트3'도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매니아가 생겼다.

◇ 반도체, 미국의 M&A와 중국의 반도체 굴기 속 혼전

반도체는 호황 속 위기론이 대두하고 있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종합반도체 시장에서 각각 2위와 3위에 랭크되는 등 규모는 키웠지만, 언제 따라잡힐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종합반도체 업체 톱10에서 삼성전자는 2015년 잠정수입(매출) 416억 달러로 인텔(503억 달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지난해 인텔과 157억 달러의 매출 격차가 있었으나 올해는 이를 87억 달러 선으로 줄일 전망이다. 3위는 SK하이닉스로 16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측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위 마이크론(148억 달러)을 4위로 밀어냈다.

올해 반도체 시장은 PC 시장의 수요 부진 속 공급 과잉으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있었다. 다행히 환율 효과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그러나 업계의 시각은 곧 위기가 닥친다는 인식이 있다. 미국의 M&A와 중국의 진출 때문에 언젠가는 선점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12기가비트 모바일 D램을 양산했다. 기존 PC D램 대비 데이터처리 속도가 2배 빠르다. 용량을 50% 향상시키면서도 속도는 30% 이상 높인 4266Mbp를 구현했다. 또 자체적으로 CPU를 설계한 원칩 솔루션 엑시노트8 옥타를 공개했다. 14나노 핀펫 공정을 적용한 프리미엄급 2세대 모바일 SoC다. 인텔이 통합칩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는 것을 감안해 이번에 발표한 2세대 제품은 모바일 AP와 최고사양 모뎀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했다. 지금까지는 AP와 모뎀을 따로 사야 해 고객사가 부담이 됐다면 원칩으로 구매할 수 있어 편리함을 높였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업계의 합종연횡이 이뤄졌다. 인텔은 알테라를 인수했고, 마이크론은 이노테라를, 아바고는 브로드컴을 인수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샌디스크를 인수했는데, 여기에는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자본이 들어가 중국이 사실상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첫 해였다. 최근에는 반도체 장비 4위업체 램리서치가 KLA텐코를 사들였다.

반도체가 많은 자본이 투입되어야 하는 장비산업이라 '덩치'가 중요하다. 또 특허산업이기 때문에 원하는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가 잦다. 최첨단 기술산업인 반도체 산업이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반도체 업체들 간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봤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산업진출을 공식화하고 자국 기업에 M&A를 독려하고 있다. 반도체 종주국이 미국에서 일본,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것처럼 곧 중국으로 넘어갈 거라는 위기의식이 나타나고 있다. kuh@kukinews.com
구현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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