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의사 10명 중 7명은 “수련 기간 중 임신 눈치 보여 포기”

여성 의사 10명 중 7명은 “수련 기간 중 임신 눈치 보여 포기”

기사승인 2016-01-20 11:13:55
"전공의 임용시 서면 또는 구두로 임신·출산 하지 않겠다 약속하기도…육아휴직은 ‘그림의 떡’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송명제, 이하 대전협)가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축복인 임신도 포기해야 하는 대한민국 전공의 수련제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협은 “결혼 및 출산 적령기인 전공의들이 임신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축복받을 일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수련제도 아래에서는 그 축복도 눈치를 보며 포기하고 기피해야 할 일이 되고 있다”며 “여성 전공의의 70%이상이 5년 이상의 긴 수련 기간 동안 아이 갖기를 포기하고 있다. 가장 건강하게 임신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인 전공의들이 비합리적인 수련제도로 인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탄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국가인권위원회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에서 여성 전공의의 71.4%가 ‘동료나 선·후배의 눈치가 보여 본인이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임신을 결정할 수 없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병원에서 근무하는 여성 간호사·간호조무사의 2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특히 ‘출산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전공의 중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응답한 이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출산을 장려하며 육아를 돕기 위해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전공의들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갇혀있다는 것이다.


대전협은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 유연하지 못한 수련제도를 꼽았는데 일례로 의국에 전공의 2명이 각각 환자 30명씩 보고 있는데 한 명이 출산휴가를 나가게 되면 남은 한 명이 환자 60명을 담당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는 곧 환자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쉽지 않다.


이상형 정책이사는 “전공의들의 업무가 기본적으로 너무 많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업무로 모두가 힘든 가운데 본인이 자리를 비우면 함께 일하는 동료가 두 배로 일을 해야 한다는 죄책감과 부담으로 임신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라며 “대체의사의 고용에 대한 법적 근거와 유연하고 합리적인 수련제도의 뒷받침이 있어야 이러한 절망적인 분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12월에 발표된 의료정책연구소의 ‘2015년 전공의 수련 및 근무환경 실태조사’ 역시 이번 인권위의 발표와 비슷했다. ‘전공의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출산 전휴 휴가 일수’는 ‘90일 이상’이 69%로 가장 높았지만, 연차가 낮거나 근무시간이 긴 외과계열의 경우는 출산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련병원에서 법정 출산휴가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응답한 전공의들에 한해 그 이유를 조사한 결과는 ‘병원 또는 의국의 암묵적 압박’(56.8%), ‘동료 전 공의를 고려한 자발적 선택’(12.2%), ‘병원 또는 의국의 직접적 지 시’(5.4%) 순으로 나타났다.


이상형 정책이사는 “아직도 전공의 임용시 서면 또는 구두로 임신 및 출산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는 곳도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행태에 대해 반성하고, 이를 야기한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을 위해 의료계 및 관계부처가 합심해야 한다”면서 “이번 조사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산적해 있다. 관계법령에 임신 및 산후 1년간 야간근로가 금지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직근무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남녀 모두 가능한 육아휴직은 어느 누구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명제 회장은 “이 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전공의 특별법 하위법령 제정에 해당 내용들을 적극 반영되어야 것이다. 아이와 산모의 안전 및 인권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에까지 직결되는 것인 만큼, 관계부처는 물론이고 줄곧 전공의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 온 대한병원협회까지도 적극 협조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전했다. kioo@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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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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