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8조원 신화, 우리도 할 수 있다”
최근 한미약품이 주최한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만난 국내 제약사 주요 임원들은 입을 모아 올해부터 글로벌 진출과, 신약개발을 위해 R&D 역량에 집중할 계획임을 밝혔다.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R&D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제약사들이 만든 오리지널의약품이 특허가 만료되면 만드는 복제약(제네릭), 의약품 외 품목 등으로 내수 시장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국산 신약 개발 의지는 약했다. 의약품 판매 비중이 낮은 일명 ‘무늬’만 제약사로 평가받는 기업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해 글로벌 제약사 도약의 밑거름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 제약사들의 눈빛은 달라졌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8조원 규모의 7개 신약기술 수출 라이선스 계약 체결 성과를 올린 것이 국내 제약업계의 R&D 확대의 큰 기폭제가 된 것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부문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경우 대내외적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을 비롯한 유한양행,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동아쏘시오홀딩스 등 국내 매출 상위 10곳의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전년대비 10~30% 이상 늘렸다. 한미약품의 경우 올해 역시 국내 신약 R&D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 회사는 올해
R&D 부문에 약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이는 전년대비 약 33% 증가한 수치다.
한미약품은 e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이 올해 신규로 추가한 비만, 당뇨, 항암, 자가면역 분야의 7개 전임상 프로그램을 비롯해 총 29개의 신약(복합신약 포함)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약 1300억원을 R&D에 투자한다.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개발 등 글로벌 임상시험 비용이 많이 들어간 데 따른 것이다.
매출 1조원을 기록했지만 R&D 투자에는 지난해 700억원이라는 낮은 R&D투자 비율을 보였던 유한양행은 올해 약 1000억원을 R&D비용으로 책정했다. 이는 전년대비 4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유한양행의 경우 퇴행성 디스크질환 치료제 ‘YH14618’이 임상 2상 진행 중이다. 이밖에 동아쏘이오홀딩스그룹 1000억원, 대웅제약 1000억원, 종근당 1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평균 많게는 20~30%까지 R&D 비용으로 책정한 제약사들도 있다.
다만 앞으로 국내 제약산업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경호 한국제약협회 회장은 “한미약품의 8조원 기술수출은 전 세계 제약사 역사를 보더라도 손에 꼽히는 사례다. 이는 우리나라 제약계에 잠재력을 확인하는 중요한 사건이다”라며 “R&D 1000억원 규모의 투자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우 신약을 개발하는데 몇 조원씩 투자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정부 차원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인 신약개발을 장려하려면 R&D 타깃을 명확화해서 지원에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더불어 세제지원, 보험약가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이러한 잠재력이 높은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종합적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