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혜리 기자] 이제는 더 이상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친숙한 외모에 꾸미지 않은 순박함으로 대한민국 여심을 들었다 놨다 한 신예 배우가 있다. tvN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로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류준열의 이야기다.
드라마 종영 후에 사인회, 인터뷰, 광고 및 화보 촬영 등 물밀 듯이 밀려오는 스케줄 강행에 피곤할 법도 하지만 최근 쿠키뉴스를 방문한 류준열은 밝은 미소로 마주하며 예의를 갖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응팔’에서보다 검게 타고 여윈 얼굴로 기침을 하면서도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언론사를 돌면서 기자분들과 만나 이야기하니 재미있다”며 이내 미소를 지었다.
류준열의 시작은 조금 느렸다. 1986년생으로 ‘응팔’을 시작할 때가 서른이었다. 늦은 시작이 조급할 만도 한데 오히려 “일찍 시작한 편”이라며 느긋함을 보였다.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단편영화에 조금씩 출연해왔죠. 이렇게 얼굴을 알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들처럼 군대 갔다 와서 취업 준비하는 거랑 다를 바 없잖아요. 원래 조급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주변에서는 걱정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원래 제 성격인 줄 아니까 오히려 만나는 사람마다 ‘걱정 안 해’ ‘넌 잘 될 거야’ 이렇게들 말씀해주셨어요. 그렇게 기분 좋게 말을 해주니 힘이 났었죠.”
‘응팔’ 전 필모그래피도 참 단출하다. ‘미드나잇 썬’ ‘동心’ ‘소셜포비아’가 전부다. 독립 영화 팬들이 아니고선 류준열이란 배우를 알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응팔’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는 생짜 신인 류준열의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을 했던 걸까.
“저도 사실 의문이에요. 그 전에 했던 역할(‘소셜포비아’ 양게)이 정환이와 반대 역할이었잖아요. 특별히 어떤 면을 봤다기보다 감독님이 저를 편하게 해주셔서 연기나 재능을 보여드리는 게 수월하지 않았나 싶어요. 오디션 때 만약 분위기가 딱딱했다면 제대로 제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저의 모습을 잘 이끌어낼 수 있도록 편하게 해주셨고, 결국 지금의 정환이를 만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운명처럼 ‘응팔’과 만난 류준열은 진짜 정환이 됐다. ‘잘생김’을 연기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의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는 우리 모두의 첫사랑을 상기시켰다. 무심한 듯 세심하게 덕선(혜리)이를 챙기는 모습이나 팔뚝 핏줄 신, 고백 장면 등은 ‘응팔’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시청자들이 장면 하나하나를 짚어주시면서 설렌다는 반응을 해주시니 신기하면서 감사했어요. 큰 의미를 두고 한건 아니에요. 감독님이나 작가님도 ‘이 장면을 설레게 해라’ 식의 어떤 주문을 한 것도 아니고요. 드라마가 워낙 큰 관심을 받다보니까 매 장면들이 화제가 된 것 같아요.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던가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같은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요.”
‘못매남’(못생겼는데 매력있는 남자)라고도 불리는 류준열은 ‘꽃미남’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 내 주변에 있을 듯한 외모와 친근한 매력으로 여심을 공략한 것이다. 최근에는 MBC ‘무한도전-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 특집에도 등장했다. 류준열은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사실 전 외모에 관심이 없어요. 배우에게 외모는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갖춰야 될 조건 중 하나 뿐이지 전부가 될 수 없잖아요. 또 외모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다른 데 더 집중하고 신경을 쓰면 좋은 배우가 되지 않을까요. 저를 미남이라고 하기에는 어렵지만, 앞으로 보여드릴 매력이 더 많아요.”
‘정환 앓이’를 만들어 낸 장본인인 류준열은 드라마의 시청률을 높이는 데 일조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류준열은 ‘응팔’의 공을 제작진이나 배우들에게 돌리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는 칭찬 섞인 말에도 “주변 분들이 도와주셔서 잘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지난해 7월말부터 촬영을 시작해 6개월 동안 현장에서 지냈어요. 선배님들께서 정말 재미있으세요. 베테랑이시다 보니 현장 자체를 선배들이 이끌고, 후배들이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신 거죠. 힘들 수 있는 스케줄에도 지친 내색 없이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셨어요. 저는 참 운이 타고난 것 같아요. 인복도 그렇고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일도 잘 풀린 것 같아요.”
류준열에게 ‘응팔’은 배우로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작품이다. 시작이 이렇게 창창했으니 차기작 선택도 신중해야 할 터. 일각에서는 류준열 보다 더 그의 차기작 선택을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다.
“저는 내일 또 바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요. 차기작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어요. 그냥 묵묵히 하던 대로 하는 거고, 재미있게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요. 배우로서의 거창한 목표는 없어요.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생각으로 임하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따뜻함을 전달하는,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hye@kmib.co.kr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