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TV에서 만나요” 해외 스타들의 ‘한국 상륙 작전’

[친절한 쿡기자] “TV에서 만나요” 해외 스타들의 ‘한국 상륙 작전’

기사승인 2016-03-01 08:00: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해외 연예인들이 영화 홍보나 공연을 위해 한국을 찾는 일은 늘 있었습니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스타들은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떠나기 바빴죠. 하지만 요즘은 다릅니다. 유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팬 미팅을 개최하고 예정에 없던 무대 인사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예 수개월 동안 한국말을 연습해 한국 팬을 위한 무대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28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은 시청자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3라운드까지 진출한 ‘과묵한 번개맨’의 정체가 그룹 스틸하트의 밀젠코 마티예비치로 밝혀진 것이죠. 얼굴을 공개한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특별 공연으로 스틸하트의 히트곡 ‘쉬즈 곤(She’s gone)’까지 불렀습니다. 노래방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쉬즈 곤’을 일요일 오후 예능 프로그램에서 스틸하트의 라이브로 듣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그가 ‘복면가왕’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밀젠코 마티예비치는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방송에서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며 “지난 1990년부터 한국에 와서 공연할 때마다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왜 다시 안 돌아오겠냐”고 설명했습니다. “가왕이 된다면 매주 한국에 올 생각이 있었다”고 덧붙이기도 했죠. 이어 MC 김성주는 “밀젠코 마티예비치가 4개월 동안 한국말을 공부해 이렇게 노래를 부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밀젠코 마티예비치 외에도 배우 잭 블랙과 토크쇼 MC 코난 오브라이언이 최근 국내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지난달 20일 영화 ‘쿵푸팬더 3’의 홍보를 위해 내한했던 잭 블랙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도 시간을 내서 MBC ‘무한도전’ 녹화에 참여했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잭 블랙은 미국 NBC 토크쇼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서 “한국 최고의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 출연했다”며 소개하기도 했죠.

코난 오브라이언은 작은 선물을 받고 내한하게 됐습니다.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진행하는 미국 TBS ‘코난 쇼’에서 한국 여고생 써니 리의 팬레터와 과자 선물을 받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14일 4박 5일 일정으로 내한한 코난 오브라이언은 공항에서부터 수백 명의 팬으로부터 환대를 받았습니다. 그는 노량진 수산시장부터 홍대 거리, 판문점까지 한국 곳곳을 누볐죠. 16일 MBC 수목드라마 ‘한 번 더 해피엔딩’ 촬영장을 방문해 특별 출연했고, 18일 가수 박진영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스타들은 TV 밖에서도 얼굴을 비추고 있습니다. ‘테이큰’으로 유명한 배우 리암 니슨은 올해 개봉 예정인 국내 영화 ‘인천상륙작전’(감독 이재한)에서 국제연합군(UN군) 최고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역할로 출연합니다. 지난달 11일 직접 한국에 와서 보름 동안의 촬영 일정을 마치고 26일 출국했죠. 리암 니슨은 호텔 수준의 음식을 200여명의 스태프에게 대접하고 일일이 사진을 찍어주는 등 친절한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팝가수 에릭 베넷이 지난 22일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말 사랑했을까’를 리메이크해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에릭 베넷 정도 되는 유명 가수가 한국 노래를 리메이크해 부른 사례는 드문 일입니다. 에릭 베넷이 직접 부른 ‘정말 사랑했을까’는 발표 당일 국내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해외 연예인들의 국내 방송 출연이 늘어난 이유는 뭘까요. 일단 한국 영화 시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점이 큽니다. 지난해 미국영화협회(MPA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영화시장의 규모는 2014년 약 16억 달러로 17억 달러의 인도에 이어 세계 7위에 올랐습니다. 시장 규모가 매년 꾸준히 상승하며 20억 달러 규모의 3위 일본을 따라잡고 있죠.

이전과 달리 해외 스타들 한국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한국 공연을 올 때마다 크게 환영을 받았던 밀젠코 마티예비치와 정성 어린 팬의 선물을 받고 감동한 코난 오브라이언의 사례가 그렇습니다. 또 한국 제작진 측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스타들과의 협업을 유치하기도 합니다. 잭 블랙과 밀젠코 마티예비치의 방송 출연은 제작진이 오랜 기간 공들여 협의한 결과입니다. 박근태 프로듀서는 2년 전부터 에릭 베넷의 리메이크를 추진했다고 최근 인터뷰를 통해 밝혔습니다.

잭 블랙과 코난 오브라이언의 내한이 자극이 됐던 걸까요. 오는 3월 7일 영화 ‘독수리 에디’의 홍보를 위해 1박 2일 일정으로 내한하는 할리우드 배우 휴 잭맨은 JTBC ‘뉴스룸’에 출연하기 위해 세부 사항을 협의 중이라고 합니다. 출연이 성사된다면 휴 잭맨과 아나운서 손석희의 대화를 생방송으로 지켜볼 수 있을 전망입니다.

어쩌면 해외 연예인들의 깜짝 방송 출연이 익숙한 일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언젠가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무한도전-극한알바’ 편에서 강제 노동을 하거나 가수 레이디 가가가 KBS2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는 장면을 안방에서 지켜보는 날도 올 수 있지 않을까요.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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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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