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태양의 후예’와 ‘치인트’가 보여준 사전제작 드라마의 명암

[쿡초점] ‘태양의 후예’와 ‘치인트’가 보여준 사전제작 드라마의 명암

기사승인 2016-03-04 14:47:55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기세가 무섭다. 첫 회 방송에서 기록한 시청률 14.3%(닐슨코리아 기준)는 최근 2년 동안 평일에 방영된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첫 방송 시청률이었다. ‘태양의 후예’는 그에 멈추지 않고 상승세를 이어가며 4회 방송에서 24.1%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른 드라마들과 무엇이 달랐기에 ‘태양의 후예’가 성공할 수 있었을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송중기, 송혜교라는 인기 배우다. 거기에 SBS ‘시크릿가든’, ‘상속자들’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 김은숙도 있다. 하지만 그동안 인기 배우와 스타 작가를 조합한 드라마는 많았다. 그 드라마들이 모두 성공을 거둔 건 아니었다.

‘태양의 후예’는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다. 그간 완전 사전 제작된 드라마의 숫자는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10년 방송된 MBC ‘로드 넘버원’의 시청률은 6.2%였고 2011년 방송된 SBS ‘파라다이스 목장’은 8.9%였다. 2009년 방송된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영화 ‘친구’를 원작으로 제작돼 기대를 모았지만 6.7%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 10%를 넘긴 완전 사전제작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가 최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전 제작 시스템을 정착시킨 것과 달리 한국 드라마가 ‘쪽 대본’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태양의 후예’에는 사전 제작 드라마의 장점이 잘 담겨있다. 먼저 안정된 극본과 예쁜 영상이 눈에 띈다.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나 회가 거듭할수록 완성도가 낮아지는 흐름도 찾아보기 힘들다. ‘태양의 후예’의 배경수 책임프로듀서(CP)는 “제작비 부족에 시달리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서 작가는 극본을 수차례 수정하고, 연출진은 최근 중요도가 높아진 후반작업을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다”며 “전반적으로 높은 완성도가 시청률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인기 요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사전제작 방식에는 단점도 존재한다. 지난 1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진 드라마가 논란에 휘말렸을 때 대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보여준 사례다. ‘치즈인더트랩’은 원작자인 웹툰 작가 순끼를 존중하지 않았다는 논란에 휩싸여 화제를 모았다. 결말을 원작과 다르게 해달라는 요구도 들어주지 않았고 비밀 유지를 위해 드라마 중간부터 대본도 공유하지 않았다. 유정 역을 연기한 배우 박해진은 자신의 촬영 분량이 편집돼 갈수록 비중이 작아졌다는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논란들에 대해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이 어떻게 대처할지 시선이 쏠린 상황이었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논란에 대해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이미 촬영과 편집까지 마친 상황에서 기존 촬영 분량을 이용해 내용을 수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와 소통하는 데 취약한 사전제작 드라마의 약점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결국 제작진이 제시한 열린 결말은 시청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 ‘치즈인더트랩’ 제작진은 ‘불통 드라마’라는 시청자들의 비난에 시달린 끝에 사과문을 게재해야 했다.

‘태양의 후예’ 외에도 ‘함부로 애틋하게’, ‘사임당, 더 허스토리’, ‘보보경심; 려’, ‘화랑 : 더 비기닝’ 등 다수의 드라마가 완전 사전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져 올해 방송될 예정이다. 이 드라마들이 사전제작 방식의 어떻게 약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부각시키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 변화할 수 있을지 판가름 나지 않을까. bluebel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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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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