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널 기다리며’ 독창적이지 않아도 괜찮은데

[쿡리뷰] ‘널 기다리며’ 독창적이지 않아도 괜찮은데

기사승인 2016-03-08 17:19:56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15년 동안 아빠를 죽인 연쇄살인범이 출소하기를 기다린 소녀 희주(심은경)가 있다. 출소하고도 “나는 안 죽였다”고 말하는 살인범 기범(김성오)은 출소하자마자 제게 들러붙는 형사 대영(윤제문)에게 진저리를 친다. 기범이 저지른 살인 혐의는 7건이지만 그 중 인정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희주의 아버지 남 형사의 죽음 또한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살인사건이다. 대영과 희주
두 사람 다 기범이 남 형사를 죽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영은 출소한 기범에게 날을 세우고 혐의를 찾으려 동분서주하지만 희주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범에 대한 단죄를 실행한다.

스릴러는 한국 영화계의 흥행 키워드라고 불릴 만큼 스테디한 장르다. ‘수상한 그녀’ ‘써니’ 등으로 충무로의 최연소 원톱 흥행 여배우라고 불릴 정도인 심은경의 첫 스릴러 도전작이라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았다. 단순한 시나리오지만 어린 소녀 캐릭터와 연쇄살인마가 대결을 펼친다는 독창적인 캐릭터성은 눈에 띄었다. 그러나 ‘널 기다리며’의 독창성은 설득력을 가지지는 못한다. 독창성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몰입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심은경은 희주에 대해 “어릴 적 아빠의 살해장면을 가장 먼저 보게 된 영향으로 일종의 소시오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된 캐릭터”라고 설명하지만 영화는 관객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다. 희주가 살인사건 현장 증거를 모으고, 기사를 스크랩하고. 과거 유명인들의 명언을 수집하는 모습이나 도망간 엄마를 몰래 관찰하는 장면들은 모두 영화의 메인스트림과 동떨어져 캐릭터를 설명하기보다는 산만한 느낌을 준다. 16㎏을 감량한 김성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범은 왜 그렇게까지 수척해지고 악만 남았는지 관객은 이해하기 어렵다. 희주의 동기, 기범과의 대결, 허당처럼 구는 대영 모두 몰이해를 동반해 관객을 제 3자로 만든다. 스릴러 최대의 장점인 몰입감이 빠지니 자연스레 관객은 관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된다.

캐릭터들의 설정을 알고 본다면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하다. 징벌자에 맞서는 악이 된 김성오는 놀랍게도 영화 속 캐릭터 중 가장 대의성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심은경이 연기한 희주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보이기보다는 단순한 사회부적응자처럼 느껴진다.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메시지를 전달받기까지의 과정은 힘겹다. 물론 이는 배우의 잘못이 아니다. 1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rickonbge@kmib.co.kr

[쿠키영상] ‘피리부는 사나이’ 신하균, 피랍 협상의 진실 폭로 “난 영웅 아냐!”...‘믿고 보는 배우’

[쿠키영상] "공항 안전은 내가 지킨다!" 활주로를 지키는 개 '파이퍼'

[쿠키영상] 넋 빠진 오토바이 운전자 '볼수록 가관!'
이은지 기자 기자
rickonbge@kmib.co.kr
이은지 기자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