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장윤형 기자]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공개, 불법 관행 뿌리뽑힐까

[현장에서/장윤형 기자]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 공개, 불법 관행 뿌리뽑힐까

기사승인 2016-04-02 00:12:55

[쿠키뉴스=장윤형 기자]“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 불법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의 명단을 공개하겠다.”

최근 한국제약협회 이행명 신임 이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선포한 말은 꽤나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불법 리베이트 관행이 당장이라도 뿌리 뽑힐 수 있을 것만 같은 강력한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제약협회가 불공정 영업 회원사에 대한 명단을 공개키로 했다. 제약협회가 고질적인 관행인 리베이트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업계차원의 강력한 자정의지를 보인 것이다. 제약협회는 이사장단회의에서 회원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드러난 불공정 유형을 정리하고 의심 제약사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제약협회는 이사회에 참석한 경영자들로부터 무기명 설문조사를 통해 리베이트 의심 업체들을 찾아냈다. 다만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이경호 협회장이 업체에 찾아가 구두 경고를 내리는 방식에 그쳤다. 이로 인해 ‘리베이트로 의심되는 모 제약사에 협회장이 떴다더라’라는 카더라 소문도 무성했다. 이러한 제약협회의 노력에도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자, 올해 초강수로 제약협회가 꺼내는 칼이 바로 ‘리베이트 의심 업체 명단 공개’다. 다만 이번에도 역시 이사회 내부에서만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를 공개한다는 방안이기 때문에, 근본적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또한 리베이트 의심 제약사를 투표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음해성 정보 확산으로 무고한 제약사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더불어 이사회 내부에서만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공개’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외부 공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리베이트 ‘의심’제약사로 만천하에 공개됐으나, ‘증거’는 없기 때문에 법적 분쟁 소지도 있다. 더불어 리베이트 의심 행위를 한 제약사가 투표에서 거론됐다는 이유만으로 언론 등에 공개될 경우,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의료계에 ‘갑’과 ‘을’의 위치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똑같은 품질이라도 소비자는 ‘판촉’이나 ‘서비스’를 더 적극적으로 한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제약사의 리베이트 관행도 시장의 논리와도 맞닿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관행이 쉽사리 뽑히지 않는다. 더구나 수십개의 제약사가 ‘제네릭’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리베이트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도 기업이다. 기업은 결국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나에게 이득을 주는 ‘갑’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대가를 주려고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결국 리베이트를 뿌리뽑기 위해서는 의료계 구조적인 병폐를 고치기 위한 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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