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환자절벽’ 시대, 병원은 늘고 환자는 줄고

[기획] ‘환자절벽’ 시대, 병원은 늘고 환자는 줄고

기사승인 2016-04-02 00:03:56

대형병원 제2병원 등 병원 건립 늘고, 환자 유치 경쟁 치열할 전망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의료공급에 비해 의료수요가 줄어드는 소위
‘환자절벽’ 시대의 도래했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환자가 몰리는 이른바 빅5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중소형 병원, 동네의원들은 환자가 줄어들어 병원 경영에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환자절벽이라는 화두를 던진 것은 윤강섭 보라매병원장이다. 윤 병원장은 “계속되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의료 공급에 비해 수요가 줄어드는 환자 절벽으로 병원을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환자절벽이라는 의미가 조금은 생소하다. ‘환자절벽’은 저출산으로 인한 총 인구수 감소에 따른 환자수 감소, 의료기술 발달로 검진과, 예방의학이 발달한 데 따른 환자 감소 등으로 더 이상 환자가 증가하지 않는 시점에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인 환자는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총인구수 감소로 인해 환자들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요양병원을 제외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들의 수요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대형병원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존하고 있는 대형병원 외에도 주요 대학병원에서 또 다른 제2의 병원들을 건립하면서 병원 공급량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서울시에만 최근 들어 3~4개의 대형병원들이 연이어 건립될 예정에 있다”며 “대형병원들이 제2병원을 설립하면 이들 병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이름 모를 병원에 가는 환자들이 많지 않다. 지방에서 서울 유명 대학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것을 보면 모르나”고 꼬집었다.

실제 서울 금천구에는 1000병상 규모의 대형종합병원이 예정에 있으며, 은평구에는 오는 2018년 완공될 예정인 800병상의 가톨릭의료원 제9성모병원 건립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화의료원은 마곡지구에 1000병상의 규모의 제2병원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또 다른 의료계 한 관계자는 “대형병원에 와야 할 중증환자들은 줄어들고, 고령화로 인해 요양병원으로의 환자 이전이 많아졌다. 병원의 ‘양극화’는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한 곳은 역시 동네병원이다. 매년 5000여개의 동네병원이 폐업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동네병원 폐업증가율은 연 18% 증가에 이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동네병원은 ‘불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고등법원 개인회생신청 1145건 중 의사가 전체의 약 40% 차지한다는 충격적 조사 결과도 있다. 낮은 수가는 물론이고 우후죽순 늘어난 병원들로 인해 개원가들인 치열한 경쟁상황에 직면해 있고, 이것이 곧 폐업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인기과가 아니면 동네에서 생존하기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인들은 매년 꾸준히 양성되고, 병원들이 늘어나는데 환자 수요는 그에 맞춰 증가하지 않다보니 빚어진 일이기도 하다. 이렇다보니, 작년에는 연매출 5억원 이하 동네병원에 대해 중소기업 특별세액을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원들이 ‘질적 성장’ 이나 ‘해외 환자 유치’ 등을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의사는 “환자는 더 이상 늘지않는데 공급량만 늘어, 텅 빈 병실이 점차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해외환자 유치 등에 정부도 심혈을 기울이는 것 아니냐. 시장 논리에 따라 공급과 수요를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환자절벽 시대에 맞춘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vitamin@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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