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현섭 기자] 정부서울청사 인사혁신처 사무실 침입·성적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이번 사건을 송모(26·공무원 시험 응시생)씨의 ‘단독범행’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 같은 수사결과가 최종 확정되면 최상위급의 보안 수준이 요구되는 국가 시설이 20대 청년 한 명의 손에 놀아났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경찰은 인사혁신처가 입주해 있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송씨 진술 내용을 대조한 결과 송씨가 2월28일 최초로 청사에 들어가 공무원 신분증을 훔친 뒤 총 5회에 걸쳐 청사를 드나든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2월28일 외출·외박에서 복귀하는 청사경비대 소속 의무경찰들 사이에 섞여 청사 후문 민원실을 지나 본관으로 처음 들어갔고, 이후 청사 안을 배회하다 1층 체력단련실 내에 있는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의경들과 나이가 비슷하고 머리가 짦아 방호원이 외부인이라는 생각을 못 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송씨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에 들어가 필기시험 문제지를 훔치려 했지만 사무실 문이 디지털도어록으로 잠겨 있어 그냥 돌아갔다.

이후 3월6일에 한 차례 더 청사에 들어갔던 송씨는 같은 달 24일에 청사에 다시 진입한 후 채용관리과 사무실 바깥 벽면에 4자리 숫자가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이를 도어록에 입력했다. 그러자 문이 열렸고 송씨는 사무실 안으로 침입해 채용 담당자 컴퓨터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비밀번호가 걸려 있어 실패했다.

벽면에 적힌 비밀번호는 청사를 청소하는 용역 직원들이 업무상 편의를 위해 여러 사무실 벽에 적어 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송씨는 청사를 배회하다 다른 사무실들 옆 벽에 이런 번호가 있는 것을 우연히 보고 채용관리과 사무실 벽면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사는 비난을 의식한 듯 경찰 수사를 의뢰하기 전 벽에 적힌 번호들을 미리 지우고 경찰에 알리지도 않았다.

경찰이 채용 담당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용관리과 사무실 진입까지는 쉬워진 송씨는 3월 26일 비밀번호 해제 프로그램을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담아 다시 들어와서는 컴퓨터의 비밀번호를 풀어 버렸다. 그리고 자신의 성적을 원하는대로 조작한 뒤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송씨가 범행 이후인 이달 1일에도 청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때는 인사처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였지만 송씨는 이를 몰랐던 것이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afero@kukimedia.co.kr 페이스북 fb.com/hyeonseob.ki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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