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명품 패션 하우스의 주된 고객층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여러 답변이 나오겠지만 그것들을 모두 포괄하는 답변은 여성입니다. 여성은 패션계에서는 압도적인 고객층이죠. 그런데 이 여성을 패션 브랜드가 모욕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1995년 탄생한 사각형 토트백 레이디 디올은 20여년간 세계의 상류층 여성들에게 사랑받아온 가방입니다. 이런 레이디 디올을 세계의 다양한 작가가 작품으로 표현한 전시 ‘레이디 디올 애즈 신 바이 서울(Lady Dior as Seen by Seoul)이 청담동 하우스 오브 디올에서 열리고 있죠. 총 29개의 작품 중 사진가 이완, 미술가 황란 등 4명의 한국 작가 작품도 포함됐습니다.
이 중 논란이 된 것은 사진가 이완의 ‘한국여자’라는 작품입니다. 해당 작품은 “경쟁사회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한국 젊은 세대의 초상을 담고자 했다”는 취지로 촬영+합성됐다고 합니다. 앳된 스무 살 남짓한 여성이 성숙미를 어필하는 의상을 입은 채 레이디 디올 백을 들고 유흥가 앞에 서 있는 모습이죠. 작가는 디올 측과의 영상 인터뷰에서 “예술적 아름다움보다는 의미를 중시했다”고 밝혔죠. 이 사진이 담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디올 백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로 소비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담았다”고 전했죠.
그렇다면 사진이 담고 있는 의미를 대중은 어떻게 읽었을까요. 지난 7일 해당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혐오’와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취지죠. ‘룸’ ‘소주방’ ‘룸비무료’ ‘유흥주점’등 사진에 합성된 간판은 노골적이고 원색적입니다. 해당 간판 앞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이 들고 있는 명품 백. 이른바 성 판매를 통해 명품백을 구입한, 윤리의식이라고는 없는 20대 여성을 나타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작품의 이름은 ‘한국여자’지만 이는 최근의 여성혐오단어 중 가장 대표적인 ‘김치녀’와 일맥상통하는 의미를 지닌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줄을 이었죠.
대중들이 해석한 의도가 작가의 의도일 수 있습니다. 작품에는 작가의 성향이 반영되게 마련이고, 이완 작가의 성향이 이른바 ‘여성혐오’에 가깝다면, 그 성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이완 작가의 작품을 보지 않으면 되죠. 그러나 문제는 해당 작품이 디올이라는 브랜드의 공식 전시회에 전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브랜드 자체 전시회에 놓인 작품들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우리의 상품은 이런 의미로 제작되고 있다”는 것을 공식화하는 것이나 다름없죠. 여태까지 디올의 상품을 구매한 이들에게 “사실은 네가 구입한 상품들엔 여성혐오의 의미가 담겨있을 수도 있다”고 귀띔한 셈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디올은 ‘혐오 논란’에 상당히 강력하게 대처해 온 브랜드라는 점입니다. 과거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는 사석에서 인종 차별 발언을 했다가 2011년 수석 디자이너 자리에서 삽시간에 경질됐습니다. 1997년부터 15년 동안 디올과 함께해왔던 수석 디자이너를 차별 발언 하나로 잘라버린 호쾌한 조치는 당시 많은 이들의 박수갈채를 받았죠. 그러나 그로부터 겨우 5년이 지난 지금, 디올은 적어도 한국에서는 ‘여성혐오 브랜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다. 이것도 마케팅의 일환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디올이라는 명품 하우스가 굳이 노이즈 마케팅을 해야 할 얄팍한 브랜드인지 홍보 담당자들은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네요.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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