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안산 대부도 토막살인 사건 피의자 조성호(30)씨의 범행 과정과 이후 행적에 대해 수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끔찍한 살해 방식에 비해 범행 동기가 다소 사소하고 범행 이후에도 도주하지 않고 머무른 점 등 조씨 진술에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많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 3월 말~4월 초 인천 연수구 집에서 함께 살던 최모(40)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부엌에 있던 흉기로 최씨를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조사 결과 조씨는 10여 일에 걸쳐 시신을 훼손하고 하반신과 상반신을 순차적으로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 일대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잔혹한 범행을 저지른 조씨는 경찰에 “어리다고 무시해서 그랬다”며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 또 집에 시신을 한 달 가까이 보관하면서도 여느 때처럼 태연히 직장으로 출근했다. 강력범죄 전과가 없는 이제 막 서른 살이 된 직장인의 범행 이후 모습이라기에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도주하지 않고 범행을 벌인 피해자의 자택에 머무른 점에 대해서도 “TV로 영화를 보느라 시신이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를 진술했다.
조씨는 범행 이후인 지난달 24일 자신의 SNS에 자신의 10년 후 인생 계획을 설명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후 긴급체포 이틀 전인 지난 3일까지 그는 자신의 인생에 강한 집착을 보이거나 살이 빠진 스스로를 걱정하고 사업 아이템에 관한 내용을 담은 글을 수차례 올렸다.
이러한 기행에 대해 조씨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감형을 노리고 우발적 범행 동기를 주장하는 것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도 조씨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품고 진술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고 있지만 신빙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더 할 필요성이 있어 영장실질심사 이후 조사를 재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범행 경위와 범행 이후 보인 행동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시를 당해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일어난 살인이라면 범행 후 피의자가 본인 스스로도 놀라 현장을 달아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사체 훼손은 피해자에 대한 능멸감의 표시여서 조사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증거를 인멸해 수사당국이 자신을 붙잡지 못하리라는 ‘근거 없는 낙관’을 갖고 있었을 수도 있다”며 “또 직장을 정리하고 멀리 달아나는 등의 행동을 하면 오히려 더욱 의심을 살 수 있겠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조씨의 얼굴을 공개한 데 이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동시에 실명을 언론에 공개했다. bluebell@kukimed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