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가수 조영남의 대작(代作) 논란이 불거진 지난 16일 이후 논란의 주요 쟁점은 ‘미술계의 관행’과 ‘사기죄의 성립’이었습니다. 조영남과 송기창 화백의 관계를 미술계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으로 볼 수 있는지, 송기창 화백의 그림을 조영남의 그림으로 알고 비싸게 구매한 이들을 속인 것 아닌지에 대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이 부딪쳤습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를 통해 일반 국민 70% 이상이 사기라고 판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의 국면이 전환됐습니다. 지난 23일 SBS에서 보도된 송 화백의 인터뷰를 통해서입니다. 송 화백은 자신이 아니라 그림이 오가는 모습을 본 집주인이 사건을 제보했다며 오히려 자신은 괴로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송 화백은 인터뷰에서 조영남과 “아는 형, 동생 사이였다”며 “2010년부터 조영남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거의 7년 동안 그려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참여한 작품 편수는 300점이 아니고 200점 정도”라며 조영남의 작품은 콘셉트가 중요한 작품이라 자신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자신이 그린 작품이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선물하는 줄로만 알았다”며 “돈을 내가 논의한 적도, 얼마 주세요도 아니고 알아서 줬다”고 말했습니다. 송 화백은 “지금 너무 괴롭다”며 “빨리 이번 일이 마무리돼 작가 본업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송 화백의 말에 따르면 그는 미술계의 관행에 의해 그림 1점 당 10만 원을 받고 대신 그림을 그린 억울한 피해자가 아닙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아는 형에 의뢰를 받아 그림을 그렸을 뿐 열악한 처우에 불만을 느껴 고발한 것도 사실이 아니죠.
하지만 ‘조영남 대작’ 사건은 거센 논란을 한 차례 거치며 손쓸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됐습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23일 조영남의 소속사 미보고엔터테인먼트 장모 대표를 소환해 11시간 동안 강도 높게 조사한 결과, 그에게도 사기 혐의를 적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술계는 조영남의 대작 활동을 관행으로 볼 수 있는지, 없는지를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보는 관점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국내 화가들은 자신이 직접 그림을 그린다며 조영남의 제작 방식을 관행이라고 하는 건 미술계를 향한 모독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그림을 판매할 때 조영남 자신이 직접 그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렸는지가 대작 논란의 핵심이라고 보는 의견도 많습니다.
정작 논란의 주인공인 조영남은 입을 닫았습니다. 23일 방송된 MBC ‘리얼스토리 눈’에서 조영남의 소속사 관계자는 “조영남이 지금 인터뷰를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라며 “충격으로 말을 못한다. 위트 있던 조영남이 지금 정신이 멍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영남이 진행하던 미술, 공연, 방송 활동도 모두 중단됐습니다. 17일 서울 후암동 갤러리에서 열릴 계획이었던 조영남의 개인전과 21일 개최될 예정이었던 ‘조영남의 빅콘서트’는 모두 취소됐습니다. 17일부터 MBC 표준FM ‘조영남, 최유라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도 잠정 하차해 현재 가수 이문세가 임시 DJ로 공석을 메우고 있죠.
조영남 측은 이미 17일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나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 잘못한 것이 있다면 솔직하게 인정하고, 작품의 환불을 요청하는 구매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돈을 내어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환불이 이뤄진다면 조영남의 대작 활동으로 인한 명확한 피해자는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이제 남은 건 법의 판단뿐입니다. bluebell@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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