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연진 기자]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보증금으로 전세처럼 살 수 있게 했던 ‘상호전환제도'를 없애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SH공사는 이달 초 공공임대주택 입주자들에게 상호전환제도 변경과 관련한 안내공문을 보냈다.


상호전환제도는 입주자의 선택에 따라 월 임대료를 임대보증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월 10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있는 세입자의 경우 1년치 임대료(120만원)를 전환이율인 6.7%로 나눈 1791만원을 보증금으로 내면 전세처럼 살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는 월 임대료 전액을 정해진 비율에 맞춰 100% 보증금으로 대신 낼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상호전환제도 변경에 따라 보증금으로 전환 가능한 금액을 월 임대료의 60%로 제한했다.

월 임대료 10만원 중 6만원까지는 보증금(1074만원)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나머지 4만원은 월세로 내야하는 셈이다. 사실상 순수전세 제도는 폐지하고 준전세나 준월세 형태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전환 횟수도 수시에서 1년에 1회로 줄였고, 신청 시기도 수시에서 매월 25일~말 일 사이로 제한했다. 향후 발생할 임대료 할증분에 대해서도 전환이 불가능해졌다.


신규 입주자에게는 이달부터 이미 적용했고, 기존 입주 가구에는 7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그동안 전세와 월세를 오가며 형편에 따라 임대료 납부 방식을 바꿀 수 있었던 입주자들은 SH공사가 서민들 상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SH공사의 상호전환제 대상 전체 임대주택 6만 9000여가구 중 전세전환 가구는 1만 6100가구(23%)에 이른다.

5월 이후 입주한 신규 입주자들은 불만이 더 크다. 이들은 아예 전세 전환 기회도 갖지 못하고 월세살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SH공사가 기존 입주자들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변경된 내용을 통보한 것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동당 서울시당 관계자는 "전세전환 폐지와 같이 임대주택 입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입주자들과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은 채 강제로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최소한의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 ▲회계상 부채 문제의 해소 ▲임대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 감축 등을 이유로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공사 측은 "임대보증금은 회계상 부채로 잡혀 공사 부채가 너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며 "입주민들이 수시로 임대료를 보증금으로 전환해 행정력 낭비도 크다"고 말했다.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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