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음반 장기 프로젝트, 변화하는 음악 시장 새로운 대안 될까

[친절한 쿡기자] 음반 장기 프로젝트, 변화하는 음악 시장 새로운 대안 될까

기사승인 2016-06-17 13:46:50


최근 발매된 한국 가요 음반 설명을 살펴보면 ‘장기 프로젝트’ 혹은 ‘연작’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그룹 여자친구의 ‘학교 3부작 프로젝트’, 방탄소년단의 ‘화양연화 3부작’, 몬스타엑스의 ‘클랜(CLAN) 2.5부작 프로젝트’ 등 가요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이제 이 단어들만 봐도 ‘프로젝트’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겠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릅니다.

보통 ‘장기 프로젝트’로 지칭하는 새로운 음반 발매 방식의 공통점은 음반 기획과 발매 계획을 미리 예고해 예상 청취자와 공유하는 것입니다. 예상 청취자, 즉 팬덤이 일정하게 확보된 아이돌 그룹의 경우 프로젝트의 주제를 정하고 예고된 시기에 콘셉트에 맞춰 앨범을 발매합니다. 이 경우 팬덤의 집결을 꾀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장기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팬들은 그 안에서 펼쳐질 음악과 콘셉트를 기대하고 예상하며 자연스럽게 소비할 준비를 합니다.

2015년 1월 작은 회사의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가 ‘학교’를 주제로 3부작을 시작했습니다.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두 번째 미니앨범인 ‘오늘부터 우리는’이 인기를 끌며 덩달아 이전에 발표됐던 첫 번째 연작곡 ‘유리구슬’이 음원 차트에 다시 진입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발표된 ‘시간을 달려서’는 여자친구의 학교 3부작을 마무리 하는 곡으로 이목이 집중됐습니다. 이처럼 ‘장기 프로젝트’는 팬덤의 집결뿐만 아니라, 대중의 주목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하기도합니다. 연작의 다음 서사가 전개된다는 것만으로도 홍보가 가능한 것입니다.

얼마 전 발매 된 이진아의 디지털 싱글 ‘애피타이저’는 ‘진아식당’이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3부작 중 첫 번째 앨범입니다. ‘애피타이저’의 음감회에서 이 앨범의 프로듀서인 유희열은 “요즘에는 정규앨범을 내면 타이틀곡만 듣게 되는 것 같다”며 “나머지 곡들이 묻힐 수 있어 음원을 나누어 발표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안테나뮤직의 이런 행보에 놀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시대에 맞춰서 음악적인 활동을 바꿔보는 것”이라고 덧붙여 음악시장의 변화를 실감케 했습니다.

4년 만에 정규앨범을 발매한 밴드 데이브레이크도 정규앨범 발매에 앞서 수록곡을 싱글앨범 형식으로 디지털 발매했습니다. EP앨범이나 선행 싱글 발매는 이전부터 있던 형식이지만, 이번 싱글 선 발매의 경우 정규앨범 수록곡을 나누어 들려주기 위한 성격이 커 보입니다.

앨범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지금도 앨범을 구매해서 듣는 사람이 존재하지만, 음악 소비의 주된 흐름이 음원으로 변화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보다, 음원차트의 1위곡부터 순차적으로 음악을 듣습니다. 음원은 음반보다 상대적으로 간편한 소비가 가능합니다. 대중은 빠르게 발매되는 수많은 음원 중 차트에 노출된 음악을 집어 듭니다. 음원 차트는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매대고 누구나 그곳에 자신의 음악을 진열하기 원하지만 매대의 공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음원 차트 10위권에 정규앨범이 전곡이 진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앨범으로 듣는 음악이 진정한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같은 흐름은 당위의 문제가 아닌 소비 형식의 변화일 뿐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아티스트는 앨범의 시대와는 다른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장기 프로젝트’는 차트 진입과 노출을 위한 고민과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이 유행에 그칠지 아니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을 지는 지켜보아야할 것입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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