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스와 함께 있으면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해"

2012년에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영화는 전신마비 백만장자 '필립'과 무일푼 백수 '드리스'의 우정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동거가 시작되고 필립의 변호사는 필립에게 "교도소까지 수감됐던 흑인 남자를 왜 고용했느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필립은 말합니다. "드리스와 함께 있으면 내가 장애인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해"

경찰이 장애인에게 머리 염색 비용으로 부당 금액을 청구한 미용실 업주에게 이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충북 충주경찰서는 상습적으로 부당요금을 받아온 A 미용실 업주 안모(49·여)씨에 대해 사기 혐의로 2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요. 안씨는 지난달 26일 머리염색을 주문한 뇌병변 장애인 이모(35·여)씨에게 52만 원을 받는 등 손님들에게 수십만원의 부당 미용 요금을 청구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수사에 들어가자 안씨의 추가 범행이 드러났습니다. 안씨는 손님들이 요금을 물을 때는 대답하지 않다가 시술이 끝난 뒤 고액의 요금을 청구하는 수법으로 그동안 손님 8명에게 11차례에 걸쳐 230여만원의 부당요금을 청구했습니다. 피해자 대부분은 장애인, 탈북민, 저소득층 등의 소외계층이었습니다.

안씨는 또 "비싼 약품을 사용했기 때문에 부당요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그가 사용한 염색약은 1만6000짜리로 확인됐습니다. 미용기술도 특별한 수준은 아니었죠.

구속영장이 신청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반색했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나쁜 짓 하면 감옥에 간다는 걸 보여주는 좋은 예" "없이 사는 사람들에게 바가지요금 씌운 대가다" "구속뿐 아니라 엄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정말 답 없네" "이게 결국은 우리가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겠죠" "그동안 부당 청구했던 비용들 다시 주인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경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부당이득은 크지 않지만 수법, 대상 등을 고려하면 죄질이 나쁘다"며 "재범 위험성,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영장 신청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안씨가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나와 같은 사람, 존중받아야 할 인격체라고 생각했다면 이번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이것을 비단 안씨만의 문제로 봐야 할지 우리 모두 고민해봐야겠죠.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