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들은 왜 관할서보다 먼 경찰서로 이송됐을까?

세월호 유가족들은 왜 관할서보다 먼 경찰서로 이송됐을까?

기사승인 2016-06-29 11:04:11

경찰이 시위 현장에서 집회 시위 참가인을 연행할 경우 관할서가 아니어도 지방청 산하 경찰서 어디든 보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경찰이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경찰서로 임의로 이송을 해 피연행자에게 불편을 끼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서울 은평갑) 의원이 2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집회 시위 현장 연행자를 타 경찰서에 이송하는 데 대한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형사소송법과 범죄수사규칙에 의해 관할구역 외의 수사나 수사공조에 대한 근거는 있으나, 필요가 있을 때 타 관서에 수사협조를 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지, 관할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타 경찰서로 이송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울지방경찰청(청장 이상원) 담당자는 “자체 기준에 따라 순번을 정해놓고, 각 경찰서의 유치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여유가 있는 곳으로 보내고 있다”고 답변했으나, 구체적인 기준 제시를 요구하자 서류상 존재하는 기준이 아닌 칠판에 적어놓은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26일 세월호 유가족 광화문 집회 연행 때, 경찰은 4명의 유가족을 중랑, 도봉서로 이송한 바 있다. 도봉서는 현장 기준 14km, 중랑서는 17km가량 떨어졌다.

박주민 의원실이 직접 일선서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장 기준 3.74km 떨어진 마포서는 20명 수용 규모 유치장에 당일 4명을 수용하고 있었고, 1.87km 떨어진 서대문 경찰서는 70명 규모에 4명 수용, 9.21km 떨어진 동대문 경찰서는 20명 규모에 8명 수용, 0.6km 떨어진 관할서 종로경찰서는 정작 25명 규모에 절반도 안 되는 7명을 수용했을 뿐이었다. 그 주 주말 대규모 집회에도 연행된 사람은 유가족 4명이 전부였다. 서울지방청 담당자의 답변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연행자를 명확한 기준도 없이 현장에서 원거리 경찰서로 이송해 고의적인 불편을 끼치려는 의혹이 남는다.

박 의원은 “거주지나 발생지도 아닌, 원거리의 경찰서로 이송할 경우 변호인이나 가족의 접견이 어려울뿐더러, 석방이 돼도 현장으로 되돌아오는 데 불편함을 겪는다. 결국 경찰이 권한을 남용해 집회  시위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며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규봉 기자 ckb@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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