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치료를 하더라도 아이들은 성인과 다른 점이 매우 많다. 한 명의 환자를 진료하더라도 소아의 경우라면 여러 사람이 함께 봐야 한다. 예로 주사를 놓을 때만 봐도 그렇다. 아이에게 주사를 놓는 사람, 아이를 안심시키고 잡아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또 침대 낙상사고의 경우, 아이가 침대에서 떨어지는 것을 대비한 안전장치도 다르다. 질병을 겪었을 때 느끼는 심리변화도 같지 않다. 이렇다보니 어린이병원은 보다 더 섬세해야 하고 세세한 부분에 손이 많이 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 있어 지난 2006년 개원한 후로 눈에 띄게 성장해온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주목해볼만 하다.
현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을 책임지고 있는 한상원 원장(소아비뇨기과 교수)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며 ‘자수성가’라는 단어를 꼽았다. 한 원장은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비록 국가적인 지원이나 후원 등 외부의 도움도 없었고 다른 병원들보다 과 구성도 적었지만, 의료진 구성원들이 각자 스스로 주인의식과 희생정신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온 덕에 비약적인 발전이 가능했다. 그 덕에 규모와 인력 모두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면서 “특히 우리 병원은 치료가 어려운 중증질환을 전문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상원 원장은 어린이병원을 운영하는데 있어 중증질환 치료만큼이나 아이들의 심리 문제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환자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바탕으로 질병을 겪었을 때 아이들의 심리는 어떨지 생각해보게 됐다. 따라서 아이들이 몸이 아픈 경우 심리적으로 억압받고, 주눅 들고, 사회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의 문제에 있어 심리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심리치료는 질병치료 후 아이가 사회로 복귀했을 때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지난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은 대대적인 증축 및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중증질환 관리 강화를 위해 소아중환자실과 소아전용수술실을 마련하고, 소아응급의학과, 소아마취통증학과, 소아청소년산부인과 등도 신설됐다. 그리고 이와 함께 다양한 심리치료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소아심리실, 언어치료실, 놀이치료실, 가수 싸이가 제공한 그룹치료실인 일명 싸이치료실, 안재현·구혜선 부부의 기부로 이루어진 심리치료실 등이 마련됐다. 이렇게 새롭게 단장한 곳들을 살펴보면 세브란스 어린이병원이 지향하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그대로 전해진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한상원 원장은 “1차 병원에서 하기 어려운 치료를 하는 게 대형병원의 몫이다. 이에 따라 중증질환 관리를 강화하고 간, 콩팥, 소장 등 장기이식 분야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원장은 “특히 다학제 진료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중증질환을 다루는 데 있어 이는 매우 중요하다. 환자 한 명을 두고 얼마나 많은 의사가 의견조합을 하고 진료하느냐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퀄리티가 달라진다”면서, “다만 국가에서 암병원에는 다학제 진료 수가를 마련해줬지만 어린이병원에는 아직 마련해주지 않았다. 어린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다. 어린이가 건강해야 나중에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어린이병원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원장은 “단, 지원 확대를 마냥 기다리기보단 어린이병원에 대한 인식을 높여나가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