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원더걸스로 하고 싶은 일? “디너쇼 하고 싶어요”

[쿠키인터뷰] 원더걸스로 하고 싶은 일? “디너쇼 하고 싶어요”

기사승인 2016-07-05 00:01:56


지난해 8월 원더걸스는 3년 만의 정규앨범 ‘리부트(REBOOT)를 내고 활동을 재개했다. 그 앨범을 내기까지 원더걸스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랜 공백기를 보냈고 멤버 교체도 있었다. 3년 만에 악기를 들고 나타난 원더걸스에게 대중이 보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 이었을 지도 모른다. 우려가 감탄으로 바뀐 것은 앨범이 발표되고 난 이후, 그들의 음악을 들었을 때다. 원더걸스는 그때 다른 것이 아닌 음악과 무대로 말했다.

그런 원더걸스가 약 1년 만에 앨범을 발표한다. 이번에도 악기를 들었다.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든 곡을 전면에 내세운다. 싱글앨범 ‘와이 소 론리(Why so lonely)' 공개를 앞둔 원더걸스와 만났다.

이번 앨범의 시작점은 “난 이제 원더걸스의 타이틀곡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박진영 프로듀서의 한 마디였다. 선미는 “너희가 타이틀곡을 써서 가져오라”는 박진영 프로듀서의 말을 듣고 마음이 맞는 멤버들끼리 팀을 이루어서 곡을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작곡가 핫펠트로 활동하며 자작곡으로 솔로 앨범을 냈던 예은은 “원더걸스 타이틀곡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정도부터 작곡가 홍지상과 프란츠와 함께 작업했어요. 보컬 멤버 한 명과 랩 담당 멤버 한 명씩 팀을 이뤄서 작업하는 형식이었어요. 최대한 원더걸스의 색을 유지하되 그 안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고자 노력했죠. 원더걸스 타이틀곡은 처음이다 보니 대중적인 방향에서 고민했어요.”

타이틀곡을 염두에 두다 보니 멤버 모두 다른 활동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곡 작업에만 매진했다. 예은은 “앨범을 위해 총 열 곡 이상 작업했다”며 “그중 가장 완성도가 뛰어나고 여름에 듣기 좋은 세 곡을 추려 앨범에 실었다”고 말했다. 콘셉트도 일단 음악을 만든 후 생각했다. 처음부터 레트로만 생각한 것은 아니다. 작업하다 보니 70년대와 잘 어울릴 것 음악이 나와 콘셉트 기획에 참고했다. 예은은 이번 앨범 음악에 대해 “원더걸스 안에 내재한 레트로 감각에 현대적 감성들이 묻어나는 곡들”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앨범 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멤버들은 그만큼 오랜 시간 집중해서 이번 앨범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곡을 써 가면 박진영 프로듀서가 굉장히 솔직하게 이야기해줬어요. 이번 곡은 굉장히 특이하지만, 너무 깊다거나. 정말 좋지만 원더걸스의 곡은 아닌 것 같다는 식이었죠.”

유빈은 “거의 일주일에 한 곡씩 만들었다”며 “다들 치열하게 힘들어했다”고 앨범 작업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선미는 “시간이 나면 작업실에 가서 뭐든 했다”고 말해 치열함의 정도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타이틀곡은 그렇게 작업한 노래 중 회사 내부의 투표로 결정했다고.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타이틀곡 ‘와이 소 론리’는 원더걸스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레게팝 장르의 곡이다.

이런 작업 과정을 통해 나온 앨범이니만큼, 감회가 남다르지 않을까. 곧 나올 앨범에 대한 소감을 묻자, 멤버들은 뜻밖에 담담한 표정을 짓는다. 앨범이 나올 때는 언제나 기대와 걱정이 절반이라는 말로 앨범 발매를 앞둔 자신들의 심경을 표현했다. 10년 차 걸그룹이자 뮤지션의 모습이었다.

밴드 콘셉트를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연주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해서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선미는 “합주라는 게 너무나 어렵고 조금 연습한다고 가시적으로 실력이 늘지도 않아서 개인 활동할 여력이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원더걸스에게 연주란 당연한 것이 됐다. 다만 이번 활동에서는 댄스 버전의 무대를 따로 준비했다.

“쇼케이스와 컴백 첫 주 때 무대에서 악기를 연주할 거예요. 그 후부터는 댄스 버전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고요. 오랜만에 하는 활동이니 여러 모습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멤버들은 “악기 연주가 너무 어렵지만, 그만큼 매력이 있기 때문에 꾸준히 할 생각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예은은 악기를 ‘소중한 짐’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 악기는 소중한 짐 같은 느낌이 있어요. 악기는 온도나 습도도 신경 써야 하는 예민한 존재에요. 세팅해놓은 제 악기를 누군가 건드리면 막 화가 나요. 그만큼 악기가 좋아졌어요.”

10년 차 걸그룹으로 활동하는 것에 관해 묻자, 앨범 발매 소감을 물었을 때만큼 담담하다. 같은 소속사인 걸그룹 트와이스에 관한 질문에 예은은 그 질문이 나올 것 같았다며 웃었다.

“트와이스 쯔위와 저의 나이 차이가 10살이에요. 저와 이효리 선배가 10살 차이 나고요. 내가 S.E.S, 핑클을 보고 느꼈던 것들을 그 친구들은 나를 보며 느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후배 걸그룹에게 좋은 모습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그 친구들도 미래에 대한 막연함 같은 게 있을 것이고, 우리가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그 친구들의 가는 길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까요.”

많은 아이돌이 표준 계약 기간인 7년쯤 팀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원더걸스는 멤버 교체가 많은 축에 속하지만, 여전히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룹이 유지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멤버 각자가 원하는 삶이 있고, 그 삶의 방향이 팀의 방향성과 조금 다르더라도 그게 큰 잘못이라고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누구나 한번 사는 삶이고 각자의 인생에 타이밍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원더걸스가 원더걸스로 남아 노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빈은 “배려와 욕심이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다들 음악이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고, 원더걸스 안에서 배려하면서 음악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은은 팬들의 사랑과 대중의 기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저희가 원더걸스로 받은 사랑이 커요. 아직도 원더걸스의 음악을 기다리고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언젠가는 대중이 ‘원더걸스는 이제 끝났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받았던 사랑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있고, 책임감도 있어요.”

끝으로 원더걸스로 활동하면서 꼭 하고 싶은 것을 묻자 “원더걸스로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했다”고 대답하면서도 곧 해보고 싶은 것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유빈은 오랜만에 다시 투어 공연을 하고 싶고, 선미는 멤버들과 함께 일이 아닌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고 밝혔다. 혜림은 넷이 카페를 차리거나 미국 관광책을 내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던 중 예은이 ‘디너쇼’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저희가 미국 갔을 때 디너쇼 오프닝 무대에 선 적이 있어요. 부담보다는 즐기는 자세로 임할 수 있는 공연이었는데, 나중에 나이 먹고 그분들 나이쯤 됐을 때 그렇게 공연해 보면 재밌겠다는 생각 했어요. 손녀들 와서 앉아있고, 와인 한잔 마시고 무대에 올라가고.”

멤버들은 모두 디너쇼를 상상하며 웃음을 터트린다. 원더걸스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농담으로만 들리지는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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