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조진웅 “세상 모든 사람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쿠키인터뷰] 조진웅 “세상 모든 사람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

기사승인 2016-07-05 18:01:06


단역, 조연, 주연 순으로 차근차근 바뀌어 온 조진웅의 필모그래피는 경사가 완만한 산과 비슷하다. 그 산은 가파르지 않은 대신, 높은 곳에 오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조진웅은 뚜벅뚜벅 길을 걸었고, 지금은 제법 높은 곳에 도달한 듯 보인다. 지금 가장 뜨거운 배우 조진웅을 최근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지금까지 걸어온 길과 현재 앞에 펼쳐진 풍경에 대해 물었다.

tvN ‘시그널’의 이재한 역할은 조진웅에게 두 가지를 선물했다. 조진웅은 시그널을 통해 주연 자리가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됐고, 전보다 많은 여성 팬들의 지지를 받게 됐다. 조진웅은 현재 자신의 인기에 대해 “익숙하지 않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로 촬영 현장에만 있고 인터넷 반응도 잘 살피지 않기 때문에 인기가 와 닿지는 않는다고. 다만, 전보다 적극적인 팬이 늘었고, 팬층 또한 다양해진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진웅은 자신의 열혈 팬을 ‘그 친구들’이라고 칭했다.

“그 친구들이 저에게 가장 큰 힘이에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지금은 무게감도 많이 느끼죠. 제 연기관과 정체성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무게감이 달라졌어요.”

우직하고 투박하지만 그래서 멋진 ‘시그널’의 이재한을 거친 조진웅이 다음 역할로 선택한 것은 영화 ‘사냥’의 동근과 명근, 쌍둥이 형제다. 조진웅은 ‘사냥’에서 탐욕 때문에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형사 역할을 맡았다. 1인 2역이지만 쌍둥이라는 설정 때문인지 두 인물은 크게 다르게 표현되지 않는다.

조진웅은 영화 ‘사냥’에 관해 “시나리오에서 느꼈던 느낌을 모두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흐름은 가져왔다”고 주연 배우로서의 소감을 이야기했다. 산속에서 움직이는 인물의 변화가 섬세하게 묘사되지 못한 점은 아쉽다는 평도 덧붙였다.

“원작은 ‘산’ 자체에 대한 매개가 강했죠. 산속에 많은 사람이 변해가는 인과 관계가 상당히 촘촘했는데 영화로 옮겨지며 그 부분이 약해진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결과물은 아쉬울 수 있지만, 촬영 자체는 이번에도 아쉬울 것 없이 최선을 다했다. 촬영지가 산이어서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곧바로 “힘들었다고” 답했다.

“원래 모든 영화의 촬영은 힘들어요. 작업 할 때마다 누군가는 어디선가 더 힘들 것이란 생각을 해요. 시대물을 하면서 ‘너무 힘들다’라는 생각이 들면, ‘사극을 하는 누군가는 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는 거죠. 언제나 지금 내가 가장 힘들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합니다.”

그런 조진웅에게도 ‘사냥’의 촬영은 매우 독특한 경험이었다. 그는 ‘사냥’을 촬영하면서 처음으로 실제 비가 오는 날, 비가 오는 장면을 촬영했다고 밝혔다. 심지어 밤 촬영이었다고. “다른 배우들에게 비 오는 날, 비 장면을 그것도 밤 촬영했다고 하니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그만큼 다른 현장에서는 하기 힘든 경험이었죠. 비 오는 날 조명기구라도 밟게 되면 정말 큰 사고가 나거든요. 스태프가 그 촬영을 위해 전날부터 정말 꼼꼼하게 준비해서 무사하게 촬영을 마칠 수 있었어요.”

산에서 추격 장면을 찍다가 부상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작은 부상이나 사고는 촬영하면서 언제나 겪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대답을 했다. 아프다가도 촬영에 들어가면 그 순간 고통을 잊는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는 그 순간을 “마법 같다”라고 표현했다.

연기 이야기를 하던 조진웅은 “모든 사람이 연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다소 독특한 바람을 전했다. 연기하는 자세는 철학 하는 자세와 같고, 연기를 위해 조성된 ‘환경’ 안에서 ‘역할’로 존재하는 쾌감이 대단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연기나 철학은 자기반성이란 점에서 비슷해요.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을 체크해야 하죠. 연기를 하다 보면 자기 자신을 반성하게 돼요. 연기는 아주 재미나게 자신을 반성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는 작업이에요.”

조진웅은 그런 의미에서 배우가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배우 조진웅에게 대중과 흥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조진웅은 이 질문에 “연극, 드라마, 영화에는 관객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스포츠는 관객이 있건 없건 경기가 진행돼야 하고 진행될 수 있지만, 예술은 그렇지 않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그는 “해 왔던 것이 떳떳하다면 매 맞는 것도 떳떳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욕을 많이 먹는 것도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 집 지하에 세계 최고의 예술 작품이 있다고 칩시다. 아무도 본 적은 없지만 그 작품은 분명히 우리 집 지하에 있죠. 그게 정말 최고의 작품일까요? 저는 그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에게 화자 되어야 작품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많은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저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조진웅은 10년 전 단역으로 만났던 배우 이성민과 얼마 전 자동차 광고를 촬영했다. 그 광고에서 조진웅은 이성민에게 ‘우리가 잘 가고 있는 것인가’를 묻는다. 조진웅은 다음 작품인 영화 ‘보안관’에서 이성민과 주연으로 함께한다. 산속에서 ‘사냥’을 끝낸 조진웅은 다시 신발끈을 묶는다. 조진웅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다시 걸어갈 것이다. 잘 가고 있는가에 관한 답변은 관객에게 맡긴 채.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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