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상반기 결산] 방송가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 4가지 키워드

[2016 상반기 결산] 방송가에 불어 닥친 변화의 바람… 4가지 키워드

기사승인 2016-07-07 21:29:19


2016년 상반기 방송계의 핵심은 ‘변화’다. 어느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혹은 누군가가 많은 인기를 모았다기 보다 방송 환경과 시청자의 패턴이 변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 중심에는 100% 사전제작 된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열풍과 케이블 방송국 tvN의 약진이 있다. ‘쪽대본’으로 대표되는 지상파 중심의 드라마 환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방송가를 휩쓸었던 '먹방' 예능 대신 '음악' 예능이 많은 인기를 모았고, 여성 출연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하나 둘 늘어났다. 


△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의 대성공 알린 ‘태양의 후예’

무려 38.8%(닐슨코리아 기준)였다. ‘태양의 후예’가 이렇게 잘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방송 전부터 기대를 받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후 4년 만에 시청률 30%를 넘긴 미니시리즈로 기록됐을 정도다. 지난해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거뒀던 KBS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 하나로 대반전을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

‘태양의 후예’가 거둔 성공은 곧 사전제작 드라마의 성공이기도 하다. SBS 수목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처럼 촬영 전 대본이 완성된 상태거나, tvN 금토드라마 ‘송곳’처럼 방송 전 절반의 촬영을 끝내놓은 반(半) 사전제작 드라마는 이미 있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 같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등장한 건 저조한 성적을 거뒀던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 이후 6년 만이다.

100% 사전제작 드라마는 중국 시장의 성장으로 인해 부활할 수 있었다. 중국 정부에 드라마 완성본을 제출해야만 중국에서 방송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 당국의 사전 검열을 거쳐 방송 전 회당 25만 달러(약 2억8000만원)을 받고 중국에 선판매 됐다.

하반기에도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SBS ‘사임당, 더 허스토리’, KBS2 ‘화랑: 더 비기닝’ 등 100% 사전제작 드라마가 연이어 시청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 ‘치즈인더트랩’, ‘시그널’, ‘또 오해영’까지… 지상파보다 재밌는 케이블 드라마 등장

지난해에도 재미있다는 입소문은 돌았다. 그러던 것이 올해 상반기에 드디어 터졌다.

tvN 드라마를 상징하는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큰 성공을 거뒀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18.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슈퍼스타K’가 갖고 있던 tvN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그 뿐 아니다. ‘응답하라 1988’ 후속으로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시그널’은 5.4%의 시청률에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시청자들을 모아 12.5%로 종영했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수사드라마 ‘시그널’은 배우 조진웅이 맡은 이재한 형사 신드롬을 일으키며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주로 금토드라마에서 인기를 끌어왔던 tvN은 월화드라마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월화드라마 ‘치즈인더트랩’으로 새로운 시간대를 알리더니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언급한 4편의 tvN 드라마는 모두 종영 직후 푸켓으로 포상휴가를 떠나며 지상파 드라마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하반기에도 미국 드라마 판권을 구입해 리메이크한 ‘굿 와이프’, ‘안투라지’를 시작으로 김은숙 작가의 ‘도깨비’까지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 대기 중이다.


△ 음악 예능 이끌었던 음악대장 하현우의 ‘복면가왕’ 9연승 

먹방의 시대는 갔다. 대신 음악 예능이 상반기 방송계를 장악했다.

그 중심에는 MBC ‘일밤-복면가왕’의 음악대장이 있었다. ‘우리동네 음악대장’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1월 24일 처음 무대에 오른 그룹 국카스텐 하현우는 9연승의 신화를 쓰며 6월 5일까지 무려 151일간 가왕 자리를 지켰다. 시청자들은 음악대장의 정체가 하현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의 무대에 열광했고, 음악대장을 보기 위해 TV 앞을 지켰다. 

지난해 10월 첫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도 매회 화제를 모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처음에는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회가 거듭될수록 자리를 잡으며 시청자들을 추억 속으로 끌어당겼다. 1회 출연한 그룹 미스터투, 가수 H를 시작으로 지난 5일 방송된 38회에 출연한 그룹 UN, 벅까지 약 80명의 슈가맨이 소환돼 복고 열풍을 재현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매주 SNS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영상이 퍼졌다. 슈가맨에 출연한 추억의 가수들은 매회 방송 직후부터 다음날까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이 올랐다.

명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SBS ‘보컬 전쟁 : 신의 목소리’, SBS ‘판타스틱 듀오’, MBC ‘듀엣 가요제’ 등은 모두 정규 편성되며 음악 예능의 전성기에 일조했다.


△ 여성 연예인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 활성화… 걸크러쉬 폭발

지난해 유독 많은 남성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방송인 김숙, 박나래 등을 중심으로 당당하고 멋진 여성 연예인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물꼬를 튼 건 김숙이었다. 김숙은 JTBC ‘님과 함께2-최고의 사랑’에서 개그맨 윤정수와 가상부부로 출연하며 다시 시작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가모장제를 주장하는 김숙이 내뱉은 “어디 남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겨? 재수 없게”, “남자는 조신하게 살림하는 게 최고지” 등의 발언은 어록으로 재탄생되며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안겼다.

박나래의 활약도 만만치 않았다. tvN ‘코미디빅리그’에 출연하고 있는 박나래는 올해 초 MBC ‘라디오스타’에서 입담을 과시하며 주목받기 시작해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KBS2 ‘해피투게더3’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KBS는 아예 여성 출연자를 모아 새 예능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시작했다. 김숙, 라미란, 홍진경, 제시, 효린, 티파니가 출연하는 ‘언니들의 슬램덩크’는 낮은 시청률로 시작했지만, 최근 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수 박진영이 제작한 그녀들의 데뷔 싱글 ‘셧업(Shut up)’은 음원 공개 직후 각종 음악차트 1위를 차지하며 KBS2 ‘뮤직뱅크’에서 데뷔 무대까지 선보였다.

Mnet ‘프로듀스 101’은 2016년 상반기 방송계와 가요계를 동시에 달군 가장 트렌디한 프로그램이었다. 여자 아이돌 연습생 98명을 모아 데뷔를 위해 경쟁을 벌이는 ‘프로듀스 101’은 이름 없던 연습생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리며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태양의 후예’와 함께 상반기 화제성 1위에 올랐을 정도다. 최종 선발된 11명의 연습생은 아이오아이(I.O.I)라는 이름의 신인 걸그룹으로 활동을 시작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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