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유독 화장실을 더 자주 찾는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다. 더위를 쫓아내는 맥주, 수박, 지천으로 널린 다양한 음료의 유혹에 빠지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화장실 좀 자주 간다고 인생이 크게 불행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화장실 때문에 조바심이 나고, 잠을 못 자고, 여행도 못 가는 등 인생이 화장실을 중심으로 돌면 삶은 불행해진다. 과민성 방광이라는 이름의 병이다.
과민성 방광은 특별한 원인 질병이 없음에도 평소보다 배뇨 횟수가 증가하고 갑작스러운 요의가 느껴지는 질환이다. 우리나라 40세 이상 인구 6명 중 1명이 겪고 있으며 여성 환자의 비율이 특히 높다. 주로 노화가 시작됨에 따라 방광 기능이 떨어지면서 질환이 시작되는데, 방광염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환자들 많이 혼동한다. 방광염과 가장 큰 차이는 통증이다. 과민성 방광은 방광염과 달리 배뇨통이나 방광 통증이 나타나지 않는다.
통증은 없어도 결과는 참혹하다. 최근 병원을 찾은 50대 과민성 방광 여성 환자는 지난 5년간 ‘3무 인생’이었다고 한탄했다. 여행, 친구, 안정감이라는 3가지 요소가 자신의 인생에서 사라졌다고 했다. 어딜 가나 화장실 문제로 전전긍긍하니 사람을 만날 수도, 떠날 수도,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불편한데, 왜 그렇게 오래도록 치료받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대부분의 환자는 ‘언제 병원에 가야 할지 몰랐다’고 답한다. 통증도 없고, 노화 현상으로 생각하니 병원을 찾는 것이 괜한 호들갑으로 보일까 봐 병원 찾기를 미루는 것이다. 그러나 과민성 방광 질환을 방치하면 더 큰 병이 된다. 사회적 고립감,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로감,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방광이 기능을 잃거나 폐색이 되는 위험천만한 순간이 올 수 있다.
이를 방지 하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증상 중 하나라도 나타나는 사람은 꼭 전문의를 찾을 것을 권한다. 첫째, 하루에 보는 소변의 횟수가 여덟 번을 넘어가는 ‘빈뇨’인 경우. 둘째, 자다가 소변을 보러 일어나는 횟수가 잦은 ‘야간뇨’의 경우. 셋째, 갑자기 참을 수 없이 소변이 마려운 ‘요절박’의 경우. 넷째, 요의가 나타났을 때 소변을 참지 못하고 흘리는 ‘절박성 요실금’이 나타났을 경우 등이 있다.
과민성 방광은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비뇨기과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치료는 행동요법, 약물치료, 수술치료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뉘며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약물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보톡스 주사요법도 가능하다. 보톡스 주사는 방광에 근육 이완 작용을 하는 보툴리눔 독소를 직접 주입해 방광의 불필요한 수축을 억제해 주는 시술로, 평균 8~10개월가량 효과가 지속된다. 약물치료에 만족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침습적인 2차 시술로 넘어가기 전에 고려해볼 수도 있는 치료법으로 최근 주목받고 있다.
최근 병원을 찾는 과민성 방광 환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져 중년뿐 아니라 20~30대도 늘어나고 있다. 사회로부터 오는 스트레스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의 영향이 아닐까 추측된다. 많은 이의 인생이 꿈이 아니라 화장실을 중심으로 돈다면 크나큰 사회적 손실일 것이다. 화장실 생각이 자꾸만 난다면 더 심해지기 전에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권한다.
글·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조성태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