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亡)] 용두사미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쓸쓸한 퇴장

[망(亡)] 용두사미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쓸쓸한 퇴장

기사승인 2016-07-19 00:17:10


화려한 출발에 비해 초라한 퇴장이다. MBC 수목드라마 ‘운빨로맨스’가 지난 14일 방송된 16회를 마지막으로 종영됐다. 10.3%(닐슨코리아 기준)로 첫 회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했던 시청률은 마지막회에서 6.4%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체 무엇이 문제였던 걸까.

방송 전부터 ‘운빨로맨스’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다. ‘운빨로맨스’가 첫 방송되던 지난 5월 25일 당시 동시간대 경쟁작은 KBS2 수목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과 SBS 수목드라마 ‘딴따라’였다. 시청률 40%에 육박했던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 이후 마땅히 볼만한 수목극이 없던 상황에서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운빨로맨스’를 보고 싶은 드라마로 지목하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주연을 맡은 배우 류준열과 황정음이었다. 류준열은 전작 tvN ‘응답하라 1988’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신조어까지 동반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지상파 주연을 맡은 건 처음이었지만, 영화 ‘소셜포비아’를 시작으로 ‘로봇, 소리’, ‘글로리데이’, ‘양치기들’, ‘계춘할망’ 등 다양한 영화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믿음을 줬다.

황정음은 지난해 MBC 수목드라마 ‘킬미, 힐미’, ‘그녀는 예뻤다’를 연달아 히트시키며 드라마계의 흥행 보증 수표로 급부상했다. ‘믿고 보는 황정음’이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그녀가 출연하는 작품은 완성도가 높고, 주연으로서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쳤기에 ‘운빨로맨스’에서도 맞춤옷을 입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가 오히려 독이 됐던 걸까. ‘운빨로맨스’는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3% 포인트가 하락하며 ‘딴따라’에게 동시간대 1위 자리를 내줬다. 생각보다 일찍 시청자들의 마음이 돌아서며 거품이 빠진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후에도 ‘운빨로맨스’는 타 방송사의 동시간대 드라마가 첫 방송될 때마다 휘청거렸다. ‘운빨로맨스’가 4회 연속 시청률 상승을 기록하며 다시 10% 고지를 넘보고 있었던 순간도 있엇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SBS 수목드라마 ‘원티드’가 등장하자 ‘운빨로맨스’의 시청률 상승세는 거짓말처럼 멈췄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등장은 결정타였다. 지난 6일 KBS2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가 첫 방송된 이후 ‘운빨로맨스’의 시청률은 6%대로 떨어졌고 그 상태 그대로 종영을 맞았다.

‘운빨로맨스’가 낮은 시청률을 기록한 이유는 내용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길지 않은 분량의 웹툰을 늘려 16회 드라마로 만들었기 때문인지, 예상 가능한 전개가 답답하게 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운세를 맹신하는 여성과 믿지 않는 남성의 로맨스라는 설정도 시선을 잡아끌지 못했고, 주요 인물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는지 개연성 있게 설명되지도 못했다. 또 아직 류준열이 주연급에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그녀는 예뻤다’와 비슷한 인물을 연기한 황정음에서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많았다.

결국 류준열은 ‘응답하라’ 시리즈 출신 배우들이 후속작에서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둔다는 ‘응답하라의 징크스’에 빠졌고, 황정음은 ‘믿고 보는 황정음’이라는 수식어에 금이 갔다. 두 사람 모두 드라마 끝까지 최선을 다했고 나름대로 좋은 연기를 펼쳤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운빨로맨스’는 용두사미 드라마 역사에 이름을 남기며 쓸쓸히 퇴장하게 됐다. 망(亡).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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