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와이프’ 원작 리메이크하며 고민, 또 고민… 호평 받는 이유 있었다

‘굿 와이프’ 원작 리메이크하며 고민, 또 고민… 호평 받는 이유 있었다

기사승인 2016-07-28 15:15:04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고 ‘미드(미국 드라마) 같다’는 표현을 쓸 때가 있다. 그만큼 미드는 이미 국내 드라마계에서 하나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빠른 전개 속도와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의 등장, 감정보다는 상황 중심으로 매회 조금씩 비밀이 공개되며 전개되는 미드 특유의 방식은 가끔 한국 드라마에 차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드를 직접 리메이크한 국내 드라마는 없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가 미국 방송국에서 판권을 구입해 리메이크를 시도한 첫 주자다. 제작진과 배우들도 ‘굿 와이프’의 탄탄한 스토리와 높은 완성도에 매력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 새로운 시도로 인해 생기는 고민도 많았지만, 하나씩 극복한 끝에 웰메이드 드라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굿 와이프’는 승승장구하던 검사 남편 이태준(유지태)이 스캔들과 부정부패 의혹으로 구속되자, 결혼 이후 일을 그만뒀던 아내 김혜경(전도연)이 가정의 생계를 위해 서중원(윤계상)의 로펌 소속 변호사로 복귀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법정 수사극이다. 16부작으로 기획된 ‘굿 와이프’는 지난 23일 6회까지 방송됐고 꾸준히 4~5%대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하고 있다.

28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북로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굿 와이프’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정효 PD는 ‘굿 와이프’ 연출에 처음 참여했을 때를 회상하며 입을 열었다. 이 PD는 “처음 ‘굿 와이프’를 해보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도 재밌게 봤던 드라마라 좋다고 농담처럼 얘기했다”며 “막상 진행하다보니까 이렇게 잘 만든 드라마를 굳이 내가 다시 만들어서 어쩐다?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이미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미드는 수 없이 많다. 그 중 첫 드라마로 ‘굿 와이프’를 선택했던 이유에 대해 이 PD는 “이야기 자체가 매력적이었고, 작가진에 한국인 작가가 있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적인 정서가 있는 독특한 드라마였다”며 “한국에서 이미 많은 법정 드라마, 영화가 제작됐기 때문에 크게 이질감이 들지 않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기획할수록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 힘으로 지금까지 진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장 최근 방송된 6회의 엔딩 장면은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전개로 큰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김혜경이 친구인 서중원과 키스를 나누고 집에 들어와 남편과 잠자리를 갖는 전개는 미드에서나 볼 수 있었던 파격적인 장면이었다. 제작진도 촬영 전 그 장면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이 PD는 “6회 엔딩은 정말 대본을 쓰면서도 고민하고, 찍기 전에도 배우들에게도 물어보며 고민을 많이 했던 장면”이었다며 “과연 시청자들이 이 엔딩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아니면 크게 욕먹고 ‘굿 와이프’를 떠날지 걱정이 많이 됐다. 여러 관점이 존재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답은 전도연이 줬다”며 “촬영 후에 오셔서 ‘이건 김혜경이 본인의 자리를 확인하는 장면 같다’는 말을 했다. 그게 가장 정확한 표현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굿 와이프’는 판권을 직접 구매한 만큼 대부분의 재료를 원작에서 가져왔다. 제목부터 스토리, 캐릭터 설정, 미드 특유의 편집 방식까지 비슷한 점이 많다. 하지만 한국 정서에 맞는 드라마로 만들기 위해 수정하거나 추가한 이야기도 있다. 에피소드도 심혈을 기울여 선별했다.

이 PD는 ‘굿 와이프’의 제작 방식에 대해 “원작을 샀기 때문에 원작 스토리를 대부분 가져왔다”며 “원작 에피소드 중 괜찮은 것을 고른 다음 우리나라 법 실정에 맞게 다시 재구성을 했다. 원작에는 없는 에피소드도 있다”고 설했다. 이어 “이미 방송된 김혜경, 이태준, 서중원의 과거사는 100% 새로 만들었다”며 “혜경이 왜 사법연수원 중간에 그만두고 결혼했을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싶어 그래야 했던 계기를 만들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굿 와이프’는 ‘영화 같은 드라마’, ‘웰메이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호평 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11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컴백한 전도연을 비롯해 유지태, 윤계상, 김서형 등 베테랑 배우들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나나와 이원근도 기대 이상의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전도연은 “원작을 끝까지 보진 못했지만 나와 다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며 “시크하고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김혜경 캐릭터가 원작의 주인공과는 달라 보일 수 있지만, 원작과 마찬가지로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인물인 것은 같다”고 김혜경 역할을 소화하는 소감을 전했다.

유지태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에 대해 “이태준 역할을 만들 때 기존에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다시 재현하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어떻게 하면 이태준을 더 현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실제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을 봤다. 욕망이나 야망 때문에 자신의 꿈과 사랑을 두고 타협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던 것처럼 이태준을 현실과 가깝게 연기하려고 노력한다“고 직접 해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윤계상도 고민이 많았던 건 마찬가지였다. 윤계상은 “원작을 보면서 저렇게 현실적이고 미국식 젠틀함이 묻어있는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캐릭터에 녹아들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인물의 양면적인 부분이 등장할 때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왔다 갔다 해야 매력적으로 보일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나나는 방송 첫 회부터 자신의 연기력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깨뜨렸다. 이제는 상황이 역전돼 오히려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나나는 “활동하면서 이렇게 좋은 댓글이 많이 달린 건 처음”이라며 “감사하면서도 어떨떨하다”고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어 “대본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며 “원작에서 부각된 냉정함보다 솔직함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눈치 없거나 버릇없어 보일 수 있지만 더 유연해보이는 장점도 생길 것 같았다”고 연기력을 인정받게 된 비결을 공개했다.

‘굿 와이프’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8시30분 방송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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