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트버스터즈’가 돌아왔다. 원작이 개봉한 지 약 32년 만이다. 1984년에 개봉한 영화 ‘고스트버스터즈’(감독 이반 라이트만)는 개봉 당시 대중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제곡이나 유령금지 표시 등은 낯설지 않은 콘텐츠다. 대중적인 흥행뿐만 아니라 두터운 마니아층이 형성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인 만큼 ‘고스트버스터즈’의 리메이크가 결정됐을 때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열렬한 사랑받는 영화 ‘고스트버스터즈’는 어떠한 모습으로 2016년에 등장했을까.
2016년 판 ‘고스트버스터즈’의 감독은 원작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폴 페이그다. 폴 페이그는 영화 ‘스파이’에 이어 다시 한 번 배우 멜리사 맥카시와 ‘고스트버스터즈’에서 뭉쳤다. 멜리사 멕카시는 이 영화에서 유령을 연구하는데 몰두한 괴짜 과학자 애비 역을 맡았다. 영화 내에서 유령 퇴치 집단인 고스트버스터즈를 만드는데 가장 크게 기여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원작을 본 관객이라면 이 대목에서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주제곡이나 유령금지 표시만큼이나 ‘고스트버스터즈’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유령을 잡는 4인의 남성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2016년의 ‘고스트버스터즈’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고스트버스터 4인이 모두 여성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초자연적 현상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려는 애비, 어릴적 경험으로 유령의 존재를 믿게 된 물리학 박사 에린, 유령을 퇴치하기 위해 최첨단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는 미치광이 과학자 홀츠먼, 그리고 과학자는 아니지만 뉴욕 지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패티까지 영화는 이 매력적인 4인의 고스트버스터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다.
여기에 고스트버스터즈의 유일한 남자 직원 케빈이 더해진다. 우리에게 토르로 익숙한 크리스 헴스워스가 연기하는 케빈은 근육질의 몸매와 잘생긴 얼굴을 가졌지만 전화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백치미를 뽐낸다. ‘금발의 백치 비서’라는 캐릭터가 여성이 아닌 남성에게 부여된 것이다.
4인의 고스트버스터에겐 왕자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게다가 얼굴이 예쁜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는 남성 캐릭터를 도와주기까지 한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젠더 의식을 비틀면서도 그것을 자연스럽게 표현함으로써 재미를 선사한다. 홀츠먼 역의 케이트 맥키넌은 이 영화 출연에 앞서 “로맨스에서 벗어난 여성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스트버스터즈’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크고 작은 웃음을 이어간다. 원작을 상징하는 요소들이 변주되어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것도 큰 재미 중 하나다. 크레딧 영상과 그 이후 쿠키 영상까지 공을 들여 준비돼 있다. 그러나 평이하게 흘러가는 전반부에 비해 너무 급박하게 전개되는 후반부의 전개는 아쉬운 편이다. 12세 관람가로 25일 개봉.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