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유지태 “이태준,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 그래도 단순하게 연기하기 싫었어요”

[쿠키인터뷰] 유지태 “이태준, 좋아하지 않는 캐릭터… 그래도 단순하게 연기하기 싫었어요”

기사승인 2016-08-31 11:49:16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tvN 금토드라마 ‘굿 와이프’에서 가장 무서운 인물은 배우 유지태가 연기한 이태준 검사다. 그가 폭력을 쓰거나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드라마에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거대한 체구의 이태준은 눈빛과 말의 뉘앙스에 따라 선악을 자유롭게 오간다. ‘쓰랑꾼(쓰레기와 사랑꾼의 합성어)’이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단순한 악인이 아닌 것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마지막 촬영이 늦게 끝나 1시간 밖에 못 잤다”며 피곤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굿 와이프’와 이태준, 연기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피곤함을 잊고 눈빛을 빛냈다. 자신이 연기한 이태준에 대해서는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태준은 너무 보수적이고 생각도 전근대적이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요. 캐릭터로서도 안 좋은 면을 많이 갖고 있죠. 그래도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집착을 온전히 표현한다면 분명 호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단순하게 연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연기할 때의 뉘앙스에 달렸다고 생각했죠.”

유지태의 전략은 성공했다. 덕분에 이태준에게 ‘쓰랑꾼’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의 의도대로 이태준의 양면성이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된 결과다. 좋은 반응이 나오자 유지태도 힘을 내서 연기에 매진할 수 있었다.


“처음에 “풋”하고 웃었어요. 저 때문에 신조어가 생겼으니까 재밌죠. 시청자들이 좋은 반응을 보내주신다는 것에 대해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악역 같은 힘든 역할을 맡을 때 외로운 경우가 많거든요. 이번엔 호응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덜 외롭고 힘들지 않았어요.”

‘굿 와이프’에서 유지태는 독특한 말투를 구사한다. 느릿느릿 하면서도 말의 길이와 억양의 강약을 조절해 감정을 싣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말에 더 귀 기울여지고 무게감이 실린다. 유지태는 대본을 많이 보며 대사 톤 조절에 공을 들였다고 털어놨다.

“악역을 악역처럼 하면 매력이 떨어져요. 범죄자들이 범죄자처럼 행동하지 않잖아요. 평소 말하듯이 하는데 그 사람을 알고 보면 무서워지죠. 그런 식의 연기를 노리고 말을 최대한 현실감 있게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는 않지는 않았어요. 최대한 대본을 많이 보려고 했죠. 많이 볼수록 뉘앙스가 달라지거든요. 대사는 글이면서 말이고 생각이에요. 생각은 그 사람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되죠. 그래서 대사를 생각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해요. 그러면 연기가 단순해지지 않죠.”

배우 전도연의 존재는 유지태가 ‘굿 와이프’ 출연을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지태는 전도연과 함께 촬영하면서 느낀 점을 말하며 극찬했다. 이미 연기로 충분히 인정받은 전도연이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자극을 받은 것이다.


“전도연 선배와 함께 출연한 것이 저에겐 큰 의미가 있었어요. 한 프레임 안에서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거든요. 첫 촬영에서 따귀를 때리는 장면을 찍었는데 전도연 선배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진짜 감정이 맞는지 고민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었죠. 경력도 많고 연기력도 인정받은 여배우가 진짜를 갈구하는 진실 된 연기를 지금도 갈구하는 모습이 자극이 됐어요. 나 말고도 진짜를 갈구하는 사람이 또 있구나 싶었던 거죠. 다른 촬영에서는 자신이 느낀 감정을 상대 배우가 오롯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는 얘기도 하셨어요. 그런 마인드가 있었기 때문에 그녀와 함께한 배우들이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유지태는 올해 하반기에 개봉하는 영화 ‘스플릿’을 통해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볼링을 소재로 한 ‘스플릿’에서 유지태는 코믹한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굿 와이프’의 이태준과 완전히 다른 이미지이지만 유지태는 그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비슷한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이 싫었고 재미가 없다며 반기는 눈치였다.

“영화 ‘동감’이 끝나고, 제가 ‘멜로남’ 이미지로 굳어질 때가 있었어요. 저는 그게 싫었어요. 재미도 없었고요. 나이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고 싶었죠. 연기 폭이 좁아서 현장에서 머뭇거리고 적응 못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하려고 했죠. 다만 예전과 달리 무모하게 저를 캐릭터에 맞추지 않으려고 해요. 저와 맞는 톤의 연기 안에서, 제 세계관 안에서 인물을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거죠. 가능하면 겹치지 않는 캐릭터를 하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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