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결혼 시기를 놓친 한국인 남성이 중국‧베트남 여성과의 혼인을 선호하면서 베트남 결혼이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 가구 29만9000가구 중 결혼이민자로는 베트남인이 4만 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편견에 휩싸여있다. 다문화 가족 실태조사(2012)에서는 결혼이민자가 사회적 차별을 경험한 비율이 41.3%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베트남 며느리’의 추석 나기는 어떨까.
서울 이태원에 있는 한 카페, 5년 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는 베트남 여성 A씨(27‧여)를 만났다. A씨는 추석 때만 되면 온 가족이 모이는 큰 집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면서 입을 뗐다.
A씨는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큰 며느리인 내가 음식을 거의 다 만들어야 한다. 아무도 안 도와준다. 베트남 여자라는 이유로 여자들끼리 하는 대화에도 끼워주지 않아 외톨이가 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아이가 2살일 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베트남 말을 했는데 시어머니가 ‘얘가 왜 베트남 말을 하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화를 내 서러웠다”면서도 “시어머니를 보면 베트남에 있는 엄마 생각이 나서 잘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한번은 엄마가 보고 싶어서 남편에게 ‘이번 명절에 베트남 한번 갔다 오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남편은 ‘한국에선 원래 남자 쪽만 간다. 한국에선 한국식을 따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 한 뒤로 한 번도 부모님을 만난 적이 없었다. 다만 다른 ‘베트남 며느리’는 10년째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는 말을 들으며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고 했다.
추석에 어떤 점이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는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도 피부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무시를 받는다. 우리 아이와 같이 안 놀려고 한다. 그런데 큰 집에 와서까지 아이가 무시당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며 울먹였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남편을 만나 7년 전 한국에 정착하게 된 위모(38‧여)씨는 한국 명절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위씨는 “남편과 결혼 당시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남편 쪽 부모님의 반대가 상당히 거셌다”고 말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위씨 부부는 시어머니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추석이 되면 모든 주방 일을 도맡아 해야 했고, 부모님과 한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것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아들을 낳고 나서야 시어머니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위씨는 자신이 베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남편까지 힘들게 했다는 마음에 한동안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용산구 다문화 가족 지원센터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출신 오진주(29‧여)씨는 “센터에 어려움을 겪고 찾아오는 베트남 여성들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동남아 여성에 대한 편견과 무시”라며 “추석처럼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 있을 때면 큰 상처를 받아 ‘다시 베트남으로 가고 싶다’고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베트남 혼혈 자녀의 경우 피부색이나 말투로 놀림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오씨는 “‘베트남 며느리’는 한국어를 모른채 오는 경우가 많다. 언어 문제로 시어머니나 다른 가족들과 문제가 생기고 결국엔 소통을 포기하는 경우도 봤다. 언어 문제만 해결돼도 반은 성공한 것”이라며 “베트남 여성을 위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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