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롯데그룹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20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신동빈(61) 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막바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 20일 오전 출석한 신 회장은 18시간 넘는 ‘마라톤 조사’를 받고 21일 새벽 4시께 귀가했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만 160페이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 회장은 제기된 혐의를 대체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을 포함한 롯데가(家) 구성원들이 일본 또는 한국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수백억원의 급여를 챙겼다는 횡령 혐의에 대해선 수령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등기이사로서 역할이 있지 않았겠냐”며 정당한 대가임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이 수년간 조성했다는 300억원대 비자금과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 의혹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잘 모른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기업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간 부당 자산거래 등 1000억원대 배임 혐의도 경영상 판단 등의 이유를 대며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내에선 ‘이미 예상했던 답변’이라는 말도 나왔다. 검찰은 신 회장 소환 전부터 신병 처리 방향을 심도 있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 방침은 일찌감치 섰지만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햇다.
검찰 내에서도 ‘영장 청구를 강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혐의 내용과 죄질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으로 결론 내리고 이런 의견을 검찰 수뇌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수 일가를 둘러싼 상당한 규모의 비리 혐의가 드러난 만큼 그 정점에 있는 신 회장을 엄벌하는 게 당연하다는 이유다.
3개월 넘게 강도 높게 진행된 수사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욕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구속영장 청구를 지레 포기할 경우 스스로 수사력 부족을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하지만 검찰 일부와 재계에선 신 회장이 구속될 경우 재계 5위 그룹의 경영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국내 최대 유통 대기업 총수의 부재가 국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거론된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법원에서 기각될 경우 불어닥칠 역풍도 검찰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검찰은 이미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아픈 기억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이 중하다. 경솔하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며 “사안의 성격과 중대성, 우리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두루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안팎에선 사회 저명인사의 경우 소환 이후 신병 처리 결정까지 며칠 걸리지 않는 점에 비춰 이르면 22일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달려 검찰의 최종 판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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