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배우 임창정이 지어준 영화 감독 신동엽의 별명은 충무로 불사조다. 연출한 작품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음에도 꾸준히 작품을 해왔기 때문이다. 신동엽 감독은 영화 ‘대결’의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 별명을 직접 언급했고 나아가 ‘저희 집 앞에 유전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신 감독이 취권을 소재로 한 액션 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에도 많은 이들이 웃었다. ‘취권’이라는 소재 자체가 농담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취권 액션영화 ‘대결’은 기획 단계부터 숱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신 감독은 모두가 반대했던 그 영화를 만들어 세상에 내놨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동엽 감독은 “지금 이 상황이 드라마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신 감독은 앞서 여러 편의 영화를 제작했지만,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결’은 언론시사회 이후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으며 관심을 모았다. 신동엽 감독은 “누군가 작품에 대해 궁금해 하고 연출의도를 물어보는 게 신기하다”며 “꿈을 꾸는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신 감독에게 드라마 같은 상황을 선사한 영화 ‘대결’은 80년대 유행한 무협 영화의 오마주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그때 그 시절의 영화를 패러디한다. 그는 왜 하필 지금 무협 영화를 만들었을까.
“저는 일종의 무협세대죠. 케이블TV나 유선방송에서 무협드라마를 보고 자랐고 아버지와 함께 간 목욕탕에서도 무협드라마를 볼 수 있었어요. 제가 무협 영화의 특별한 마니아라서 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저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공유했던 추억이라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됐죠.”
취권 소재의 무협영화는 신동엽 감독이 언젠가는 꼭 만들겠다고 생각한 꿈의 영화인 동시에 비장의 무기였다. 영화계에서 일정한 성공을 했을 때 제작하고자 숨겨둔 소재였지만, 흥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신 감독은 더 늦기 전에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던 덕분에 신 감독은 ‘대결’을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었다.
“반대가 그렇게까지 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몇 명은 괜찮다고 말해 줄 것 같았는데, 아니었죠. 모두가 반대했어요. 그래서 고집이 생겼어요. 내심 먹힐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죠. 투자사에서 ‘그건 안 된다’라고 말하면 ‘그럼 제가 된 게 뭐가 있습니까?’라고 되물었어요.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서 두려움이 없었던 거죠.”
기획을 할 때는 욕심을 모두 내려놨지만,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다. ‘대결’에는 자칫 잘못 연출하면 관객의 비웃음을 살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탓이다. 황노인(신정근)이 주인공 풍호(이주승)에게 취권을 가르쳐 주는 장면을 찍으면서 ‘과연 관객이 이 장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걱정하며 잠을 자지 못했다.
“유치한 요소가 있는 장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것이 제 역할인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걱정도 많이 했죠. 영화가 언론 시사에서 공개되기 전까지 스스로도 많은 의문이 있었어요. 언론 시사회 이후 언론평이 좋아서 신기했고 그때부터 어렴풋이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22일 개봉하는 ‘대결’의 관객 반응이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신동엽 감독은 “양치기 소년이 되어 이번에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치는 심정으로 관객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고 농담처럼 진심을 이야기했다. 신동엽 감독은 영화 ‘대결’을 통해 관객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할 수 있을까.